현대와 삼성이 한국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무승부를 두 번이나 기록하며 1승2무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한 가운데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5차전이 한국시리즈 우승 향방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두 팀은 모두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극심한 상태여서 1승은 선수단에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다 앞으로 우승까지는 3승이 남아 5차전을 승리하는 팀이 승부의 물꼬를 틀 중요한 고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날 선발 맞대결을 벌이는 삼성 용병 투수 케빈 호지스(31)와 현대 신인투수 오재영(19)의 어깨가 무겁다. 삼성 호지스는 2차전 조기 강판의 수모를 설욕하겠다는 각오. 호지스는 1과 3분의1이닝 동안 홈런 2개 등 3안타 3사사구 3실점하며 2회도 버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구위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크지 않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삼성 더그 아웃은 호지스가 5~6회까지 막아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초반에 무너지거나 중반 이후 승기를 잡는다면 2차전 처럼 임창용 등을 조기에 투입하겠다는 복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선발 투수진 붕괴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현대 김재박 감독은 고심 끝에 2차전 조기 강판으로 자존심이 짓밟힌 데다 발등 부상까지 겹친 에이스 정민태 대신 새내기 오재영을 낙점했다.
오재영은 2차전 때 선발 정민태가 초반 난조를 보이자 2회1사후 등판, 신인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과 최고구속 140km 중반의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면서 4와3분의1 이닝 동안 5안타 2실점으로 막으면서 현대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었다. 김재박 감독은 오재영에게 삼성의 좌타라인을 봉쇄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올해 10승을 올린 오재영 개인으로도 이번 5차전은 삼성의 ‘중고 신인’ 권오준(11승)과의 신인왕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방망이 부문에서 삼성은 최근 공격력이 살아난 박한이, 양준혁, 강동우 등 좌타라인과 해결사로 거듭난 김한수가 믿는 구석. 현대는 4차전에서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친 ‘재간둥이’ 박진만과 타격 감각이 좋은 전준호, 김동수, 송지만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사상초유 9차전…내달 1일
한국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9차전이 열릴 경우 포스트시즌이 다음 달까지 이어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현대-삼성간 한국시리즈 4차전(25일)이 연장 12회 0-0 무승부로 끝남에 따라 8차전(30일) 종료 후에도 우승팀이 확정되지 않으면 하루(31일)를 쉬고 11월 1일 오후6시 잠실구장에서 9차전을 연다고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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