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의 방심 속에 기생충 감염률이 다시 급상승하고 있다.질병관리본부는 27일 올해 전국 2만2,103명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제7차 전국 장내기생충감염실태조사 잠정집계 결과 기생충 감염률이 3.8%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기생충 조사가 처음 실시된 1971년 기생충 감염률은 84.3%였으나 차차 감소해 가장 최근에 실시된 1997년 6차 조사에서 감염률은 2.4%였다. 본부는 "남부지방의 특정 유행지역을 중심으로 간흡충(디스토마) 등 8종의 기생충이 검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채종일 교수팀이 7~10월 한국건강관리협회에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내원한 4,137명(남 2,170명·여 1,967명)의 대변을 검사한 결과에서도 8.1%(335명)가 각종 기생충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간흡충(간디스토마)이 6.3%(259명)로 가장 많았으며, 설사와 복통을 일으키는 장디스토마의 하나인 메타고니우스(14명), 표주박이형흡충(5명) 등도 상당수였다. 이밖에 편충(10명), 이질과 관련 있는 대장아메바(9명), 폐흡충(폐디스토마·1명), 구충(1명) 등에 감염된 사람도 확인됐다. 과거 국내에서 유행했던 회충 십이지장충 등 토양 매개성 기생충은 인분(人糞)비료 사용 중지, 위생환경 개선 등의 영향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식품 유통의 발달로 흡충 등 어패류를 매개로 하는 기생충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채 교수는 "현재 국민들은 기생충이 다 없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무방비 상태에 있다"면서 "그러나 기생충이 실제로는 많이 늘어난 만큼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