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얼굴) 역할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25일 "차기 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맡아야 한다"고 밝히면서 공론화하긴 했지만,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은 이미 3~4개월전부터 일기 시작했다. 강 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로 끝나기 때문이다.
전경련 내부에서는 재계 위상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실세 회장’이 깃발을 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강 회장의 표현대로 ‘끌려 나온’ 회장으로는 정부나 정치권에 대해 ‘말발’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전경련이 가장 힘이 있던 때도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김우중 대우 회장 등이 회장직을 맡을 때였다. 건강상 크게 문제 될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 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기업환경을 일신하고, 다른 한편으로 재계를 리드해 투자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 회장이 재계 실력자로서의 권한만큼,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는 비판이 깔려 있다.
재계 화합을 위해서는 이 회장이 공식직함을 가지고 구본무 LG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게 손을 내미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앞으로 두고두고 논란이 될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주로 삼성을 겨냥하고 있는 마당에 재계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를 맡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승지원 경영’으로 대표되는 이 회장의 스타일도 국회의원들을 만나야 하고 여기저기 원치 않는 자리에 얼굴도 내밀어야 하는 전경련 회장직과는 맞지 않다.
삼성 관계자도 "이 회장이 99년 폐암 진단을 받고서 5년간 그룹경영 이외의 대외활동을 않겠다고 한 것은 5년 뒤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이 회장은 기업에 충실해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이 회장이 고사한다면 재벌 총수간에 회장직 ‘떠넘기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빅3’의 전폭적 지지와 협조를 전제로 재계원로인 강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도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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