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의 책임을 부하직원에게 뒤집어씌운 회사 대표가 법정 진술을 수상히 여긴 판사의 휴대폰 위치 추적 의뢰로 혐의가 드러났다.모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민모(40)씨는 지난 4월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대 후문 앞 도로에서 자신의 외제승용차를 몰고 가다 오모(36·여)씨가 운전하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당황한 민씨는 차를 그대로 몰아 도주했다. 이 사고로 오씨는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 사고 후 고민하던 민씨는 같은 회사 이사 백모(40)씨에게 대신 책임져 줄 것을 부탁했고 민씨와 오랜 친구 사이로 회사 설립 때부터 고락을 같이 해온 백씨는 이를 허락했다. 백씨는 검찰에서 "민씨에게 차를 빌려 몰다가 사고를 냈다"고 위증한 뒤 기소됐다.
그러나 이들의 비밀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이병세 판사는 재판과정에서 백씨가 사건정황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는 점을 의심스럽게 여겨 검찰에 두 사람의 휴대폰 통화내역 조회를 의뢰했다. 그 결과 백씨가 지방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두 사람은 결국 진실을 털어놓았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이 오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백씨는 허위진술을 한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성영훈 부장검사)는 26일 민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및 위증 등 혐의로, 백씨를 범인도피 등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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