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법부에서 보수적 입장을 대변해온 윌리엄 렌퀴스트(80·사진) 대법원장이 22일 갑상선암으로 워싱턴근교 메릴랜드주의 베데스타 해군병원에 입원, 다음날 기관절개술을 받았다고 미 대법원이 25일 발표했다. 대법원은 그의 정확한 상태를 언급하지 않는 채 그가 대선일 하루 전인 다음달 1일 업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대통령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놓고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암 수술 사실이 공개되면서 대법원의 향후 구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번 선거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그의 수술이 2000년 대선 소송 때 조지 W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정치적 역할을 유권자들에게 상기시킴으로써 존 케리 후보의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대법원은 1994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민주)이 은퇴한 해리 블랙먼 대법관의 후임으로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을 임명한 이래 10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최고령인 존 폴 스티븐스(84) 판사가 전립선암을 앓았고 샌드라 데이 오코너 판사는 유방암을 앓았으며,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판사는 결장암 치료를 받은 상황이어서 차기 대통령 임기 중 렌퀴스트를 포함 2, 3명의 대법관이 자리를 비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현재 보수와 진보 성향이 5대 4로 갈라진 대법원 구성이 변할 수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면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하겠지만 케리 후보가 당선되면 진보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 진보파가 다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낙태와 정교분리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
렌퀴스트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공화)에 의해 대법관에 발탁됐으며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그를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이래 18년 동안 미 대법원의 얼굴을 맡고 있다.
32년의 재임동안 그는 공화당이 지명한 대법관 5명의 리더로 거의 모든 사회적 이슈에서 보수적 판결 성향을 보였고,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 개표 소송에서 대법원이 주 대법원의 재개표 결정을 뒤엎는 판결을 했을 때 다수의견을 냈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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