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기업 중의 하나인 SK㈜의 2대 주주인 외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이 최태원 SK㈜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대기업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개방화, 세계화 시대에 기업의 경영권에 관한 것으로,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직결돼 앞으로 다른 기업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재계뿐 아니라 일반 국민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소버린은 자회사를 통해 SK㈜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공식 요청하고 이번 임시 총회에서 더욱 강화된 기업 지배구조 기준을 반영하기 위해 이사 자격과 관련된 조항들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소버린은 SK㈜ 경영진의 윤리성과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결국 최 회장의 퇴진을 겨냥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측은 그동안 지배구조 투명화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고 상당한 결실을 맺고 있어 소버린의 주장은 무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법률적인 측면을 앞세우거나,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강조하는 것은 모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예사롭게 볼 수 없는 것은 현재 국내 주요 기업 대부분 외국인 지분이 많다는 점이다. 산술적으로 보면 외국인들이 얼마든지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핵심이 바로 그것이다.
경영권이 위협을 받으면 해당 기업은 벌어들인 이익을 또 다른 투자에 투입하기가 어렵다. 경영권 방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가 없으면 기업은 더 나아가기 힘들고 그만큼 국가 경제는 정체하게 된다. SK 사태는 개방화 시대를 맞아 우리의 대기업 정책이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 정부에 큰 숙제를 던지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