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터지는 계가바둑을 두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25일 안보 문제를 놓고 격렬한 설전을 주고 받으며 막판 기세 잡기에 나섰다. 심장병 수술을 받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케리 후보 지원 유세에 합류했고 부시 진영은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내세워 맞불작전을 폈다.◆이라크 폭발물 분실 쟁점화=케리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이라크 군사시설에서 고성능 재래식 폭발물 380톤이 사라진 사실은 부시 정부의 무능을 확인한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이 문제를 대선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케리 후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무능한 대통령과 행정부가 우리 군대를 위험에 빠뜨리고, 이 나라를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부시 대통령은 콜로라도주 유세에서 폭발물 분실 사건은 언급하지 않은 채 "케리 의원은 안보문제에서 나에게 반대할 뿐 아니라 전쟁과 위기의 시기에 단호함과 신뢰를 보여준 민주당의 오랜 전통에도 등을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최근 10일 사이 폭발물 분실 사실을 알았을 뿐"이라며 부시를 변호한 뒤 "핵무기 확산 위험이 아닌데도 케리 후보가 그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클린턴 효과=클린턴 전 대통령이 심장수술 후 7주만에 모습을 드러낸 필라델피아 유세장에는 10만 명의 청중들이 몰려 클린턴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청중들 속에는 공화당원들도 섞여 있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클린턴은 열렬한 청중의 환호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이것이 내 심장에 좋지 않으면 무엇이 좋겠는가"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낸 뒤 "공화당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겁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클린턴의 유세 동참이 민주당 지지층 특히 흑인들의 투표 참여를 끌어내고 민주당 정부의 경제 호황을 기억하는 부동층을 케리 후보쪽으로 돌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칼 로브 백악관 정치담당 고문은 "케리가 클린턴을 병상에서 나오도록 할 정도로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라고 비꼬았다.
◆혼란스런 지지율=CNN과 USA투데이는 이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부시가 51% 대 46%로 케리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격차가 줄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주간 타임도 같은 지지 분포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25일 워싱턴포스트는 4일부터 일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후 처음으로 케리 후보가 1% 포인트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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