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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여백의 美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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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여백의 美 표현"

입력
2004.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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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임준희(45)가 ‘생명, 삶, 그리고 만남’을 주제로 29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두번째 작곡발표회를 한다. 서양음악을 공부하고 미국에서 유학한 현대음악 작곡가가 국립국악원 무대를 택한 것이 별나 보일 수도 있지만, 최근 수년간 그녀가 우리 전통음악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온 것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공연 프로그램 노트에 그녀는 이렇게 썼다. "내 음악행로에서 국악이 든든한 동반자인 동시에 창작의 소중한 모태로 자리잡고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이번 발표회는 필생의 과제로 삼고 빚어내고자 욕심을 낸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범세계적인 신 감각의 미학’이 그 중심축을 이룰 것이다."

‘생명과 삶’은 그녀의 오랜 화두다.‘만남’은 국악과 양악, 전통과 현대, 작곡가와 청중이 따로 노는 이분법의 관행을 깨뜨리고자하는 시도다. 이번 발표작은 국악기가 중심을 이룬다. 바이올린,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파란 날개’를 빼곤 국악기와 양악기를 배합한 곡들(인성과 3대의 거문고와 대금, 마림바와 타악기를 위한 ‘달하’, 가야금과 첼로를 위한 ‘여백’, 인성과 가야금을 위한 ‘그리움이’), 또는 가야금앙상블(‘옹헤야’ ‘순간’)이다. ‘파란 날개’와 ‘순간’은 올해 처음 발표하는 곡.

그녀는 평생 과제로 삼은 가장 한국적인 현대음악의 핵심은 한국음악에 내포된 미학을 구현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악기나 주법, 소리보다도 ‘여백과 여유’다. "이번 발표회도 마음을 다스리는 여유를 돌아보는 자리, 여백을 발견하는 자리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최근 들어 왕성하게 곡을 썼다. 레퍼토리 발굴에 관심이 많은 젊은 국악 앙상블이나 국악관현악단의 위촉도 많아 일감이 많았다. 인기작곡가가 됐나 보다 했더니 손사래를 쳤다. "여성 작곡가가 결혼해서 애 키우고 살림하면서 곡 쓰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요. 제 아이들은 이제 다 컸지만, 어린애가 있는 후배들은 하루에 단 10분도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지요. 그렇게 힘들게 써서 발표해도 관심조차 없죠. 물론 작곡가들의 잘못이 큽니다.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음악을 써놓고는 와서 들으라고, 이해 못하면 당신들 잘못이라는 식이어서는 청중과 멀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창작이야말로 음악활동의 뿌리라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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