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족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우지 못한다. 앞의 여섯 자리는 태어난 생년월일로 표기되는 것이라 쉽게 기억하지만, 성별, 출생지역에 대한 조합이라고 알고 있는 뒷자리까지 모두 기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끼리도 잘 모르는 주민번호가 여러 경로를 통해 사이버상에 공개되어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증’이나 ‘주민증’을 검색하면 수백 여 개의 관련 사이트와 카페를 볼 수 있다. 세분화한 주민증 위조 조직에 의해 신청 후 이틀 정도면 실명과 주민번호가 일치하는 것은 기본이고 전과 여부와 신용등급 확인까지 거쳐 완벽한(?) 위조 신분증을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정교한 신분증 위조 기술도 감탄할 만 하지만, 온라인상에 떠도는 실명과 주민번호, 신용상황 등 개인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그만큼 손쉽다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금융거래, 온라인 쇼핑 등을 위해서는 실명과 주민번호가 일치하는지 확인받은 후에 연락처와 주소 등 주요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회원가입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할 때마다 정보 노출의 위험지대에서 서핑하고 있는 것이다.
간첩이나 불순 분자를 색출하기 위한 정치적 필요에 의해 생성되었고 거주관계 및 인구동태를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였던 13자리 숫자가 ‘나’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핵심 정보수단이 되었다.
신체 만큼이나 중요한 ‘나’에 대한 정보, 자신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인터넷사업자, 금융기관, 국가기관, 모두 소중히 보호하고 관리해야 하는 단속 대상임을 늘 각인해야 할 것이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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