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와 두 아내의 슬픈 사랑(드라마 ‘아내’), 결혼 따로 연애 따로의 위험한 게임(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 늘 범상치 않은 역할을 맡아온 엄정화(33)지만, 이번에는 좀 독하다. 27일 첫 방송하는 MBC ‘12월의 열대야’(극본 배유미, 연출 이태곤)에서 바람 난 아내 오영심 역을 맡았다.최근 들어 갖가지 형태의 ‘불륜 드라마’가 넘쳐 나면서 아내의 바람도 적잖이 등장하지만, 여전히 먼저 일을 저지르는 쪽은 남편이었다. 이 드라마는 그런 공식을 깨고 아내의 일탈을 정면에 내세우는 파격을 시도한다. "드라마는 당분간 안 할 생각이었는데, 대본 보고 단박에 끌렸어요. 연기든 노래든 늘 새로움을 추구해왔는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역할이라 욕심이 나더군요."
오영심은 부잣집 맏며느리이자 1남1녀를 둔 결혼 9년차 주부. 여고시절 고향인 남해의 작은 섬마을에 공중보건의로 온 지환(신성우)을 죽자 사자 쫓아다니다 덜컥 임신을 하고 결혼에 골인한다. 시집의 갖은 구박을 견디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던 그녀 앞에, 가난 탓에 여자에게 차이고 암 선고까지 받은 정우(김남진)가 나타난다. 정우는 세상에 복수라도 하듯 장난 삼아 영심을 유혹하지만, 영심은 자식까지 버리고 그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
불륜, 그것도 아내의 외도를 정면으로 다루는데 대한 부담을 다소나마 덜려는 듯 제작진은 코믹이라는 ‘당의정’을 흠뻑 바르는데, 대개는 왕 푼수로 설정된 영심의 몫이다. 그 덕에 시청자를 웃기면서 동시에 울리고 가슴 저리게 해야 하는 엄정화의 역할이 막중하다. "적당한 선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캐릭터 자체가 ‘오버’여서 연기까지 ‘오버’ 하면 곤란하죠." 그녀는 걱정이 태산이지만 신성우는 "정말 영리한 연기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실제 상황이라면 엄정화는 어떤 선택을 할까. "제가 일 욕심도 많고 자기애도 강한 편인데, 한번쯤은 내 모든 걸 버리고 불나방처럼 뛰어들 수 있는 지독한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이렇게 말해놓고는 이내 "남편이 잘 하면 문제가 없지 않겠어요"라고 덧붙이는 걸 보니 극중 역할이 부담이 되긴 되는 모양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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