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2,000억 달러 시대가 열렸다. 1964년 1억 달러 수출을 기록한 지 불과 40년 남짓한 기간에 이루어 낸 쾌거로 비단 우리 무역업계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경사라고 할만하다.수출 2,000억 달러 달성은 무엇보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지난 40년간 연평균 21%라는 폭발적인 수출증가를 기록해 절대빈곤의 국가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예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출 2,000억 달러 달성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앞당겨 달성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수출이 전환점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동시에 의미하기도 한다. 과거 1,000억 달러 시대에 비해 후발 개도국의 추격이 한층 거세질 것이며, 선진국의 견제 또한 강화될 것이다. 세계 통상환경도 다자주의의 진전과 함께 자유무역협정(FTA) 등 지역간 무역협정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따라서 우리 수출구조의 취약점을 살펴보고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우리의 수출구조는 지나치게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 5대 품목과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5대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우리 수출의 높은 경쟁력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로도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 5대 품목에 40%이상, 5대 국가에 50%이상의 수출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인 수출확대의 불안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부품소재 산업이 취약하여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수출 5대 품목의 국산화율을 살펴보면, 자동차와 선박은 각각 95%, 80%로 높은 수준인 데 반해, 최근 주력품목으로 부상한 반도체, 휴대폰은 각각 65%,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수출이 호조를 보일수록 수입을 증가시켜 대일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수출호조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부품소재 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 부품소재 산업 육성은 대일 무역역조의 개선은 물론 세계의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수출 확대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뿐만 아니라 완제품 대기업과 부품 중소기업이 기술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핵심제품을 공동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협력의 장과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둘째, 앞으로의 10년을 책임질 수출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지금 우리 수출을 이끌어 가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이 지난 70~80년대 육성되어온 산업들로서 20여년이 지난 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10~20년 후 우리 수출을 이끌어 나갈 신 성장동력 산업의 육성이 절실하다. 10대 성장 동력산업을 미래 수출주력 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하며 특히 성장잠재력과 기술파급 효과가 큰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문화콘텐츠(CT) 등은 수출산업 고도화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셋째, 세계경제의 블록화에 대비하고 안정적인 수출시장 확보를 위해 FTA를 확대하고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BRICs) 등 수출 유망시장을 확보하는 것도 개방형 통상국가로 진입하기 위해 소홀히 할 수 없는 선결조건이다.
수출 2,000억 달러에 안주할 수는 없다. 우리 수출보다 앞선 나라는 중계무역의 비중이 높은 네덜란드, 벨기에를 제외하면 G7국가와 중국뿐이다. 이들 나라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수출 4,000억 달러, 5,000억 달러, 1조 달러를 향해 우리 모두 매진할 때이다. 그 첫걸음으로서 수출 4,000억 달러 달성을 위한 험난하지만 희망에 찬 여정은 벌써 시작됐다.
이석영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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