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림단체가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둥(山東)성 취푸(曲阜)의 공자사당에서 중국 본토에서는 사라진 공자제례를 예법대로 재현했다.박약회(博約會·회장 이용태 TG삼보컴퓨터 명예회장) 회원 552명은 공자 탄신 2555주년을 기념하는 치전(致奠) 행사를 25일 오후 취푸의 공묘(孔廟) 대성전에서 가졌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성균관을 중심으로 취푸에서 제사를 올린 일은 더러 있었으나 이처럼 대규모로 행사가 치러진 것은 처음이다.
제사는 제기와 제수 음식을 차리는 진설례(陳設禮)에 이어, 폐백을 올리는 전폐례(奠幣禮), 첫 잔을 올리는 초헌례(初獻禮), 축문을 읽는 독축(讀祝),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아헌례(亞獻禮), 마지막 잔을 올리는 종헌례(終獻禮), 제주(祭酒)를 나눠 마시는 음복례(飮福禮), 축문과 폐백을 불사르는 망예례 등의 순서로 진행됐으며, 제기는 향로 향합 희전(항아리) 등 석전대제에서 쓰이는 제기 24종 64점이 사용됐다. 제물도 12변12두라는 격식대로 만들어 올렸다.
금관제복과 심의 도포 차림에 유건을 걸치고 전통의례에 맞춰 1시간 넘게 진행된 의례는 현지 주민은 물론 외국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취푸의 주민 치엔웨이(錢衛·30)씨는 "중국에서는 공자 추모에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한국인이 공자의 고향을 찾아와 제사 지내는 모습을 보니 고맙다"고 말했다.
박약회는 1987년 퇴계학의 현대적 계승을 위해 당시 포항공대 학장인 고 김호길 박사의 주도로 창립됐으며 현재 회원은 4,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창립 이래 한국의 선현 유적지를 매년 두 차례 답사해 왔다. 박약은 논어 옹야(雍也)편의 ‘박학이문 약지이례(博學以文 約之以禮, 널리 학문을 익혀 예로써 이를 단속한다)’에서 따온 말이다.
공자의 76대손인 산둥대 콩링런(孔令仁·80) 교수는 환영사에서 "한국의 친구들이 이렇게 성대한 제사를 치러주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용태 회장은 "앞으로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공자사당 문묘(文廟)에서도 이같은 행사를 할 계획"이라며 "공자문화권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약회는 제기와 금관제복 일체를 콩 교수를 통해 공묘에 기증했다.
취푸=서화숙기자 hssu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