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26일 강원민방(GTB)에 대해 ‘청문’을 실시키로 함에 따라 방송사상 최초로 재허가 거부가 이뤄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 상대사 흠집내기 싸움을 벌였던 MBC와 SBS에 대한 재허가 추천이 보류돼 두 회사 모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재허가 거부 이후 절차 미비=GTB에 대한 청문 결정은 ‘방송위는 재허가 추천을 거부하는 경우 청문을 실시해야 한다’는 방송법 101조에 따른 것. 청문에서 지적사항을 충분히 소명하면 재허가 추천을 받을 수 있지만, 청문 실시 자체가 방송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충격이 크다. 특히 GTB는 1인 소유지분 제한 등 중대한 방송법 위반 사실이 이미 확인된 상태여서 청문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방송법에 재허가 거부 이후 처리 절차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는 점. 방송위는 이날 "향후 전체회의에서 법률자문을 거쳐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만 밝혔다. 방송위는 방송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새 사업자 선정 때까지 허가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법적 효력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MBC와 SBS 보류 결정 의미=방송위는 22일 국회에서 이미 밝힌대로, MBC와 SBS에 대한 재허가 추천을 보류했다. 국감에서 뒤늦게 불거진 MBC의 땅 투기 의혹, SBS의 이익 사회환원 약속 불이행 등에 대해 사실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 언론개혁 방향에 관한 논란까지 얽혀 있어 판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SBS가 설립 당시 주총결의 등을 통해 밝힌 ‘세전이익의 15% 사회환원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사실상 허가조건 위반이라는 주장과 문제는 있지만 ‘자발적’ 약속이었던 만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더구나 민영방송 재허가 심사 강화를 포함한 방송법 개정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어 자칫 정쟁으로 비화할 위험도 있다.
◆해당 방송사 반응=GTB는 하루 전인 25일 대주주인 정세환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했으나 결국 탈락 위기에 처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 회장의 사퇴로 소유와 경영 분리 의지는 이미 밝힌 셈"이라면서 "청문에서 방송법 위반 등에 대해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는 공식입장을 내고, "특정 정치권에서 정략적으로 제기한 부동산 문제를 근거로 추천 의결을 보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한 뒤 "향후 심사에 당당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SBS는 공식입장은 내지 않고, "심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밝혔다.
◆재허가 심사 성과와 문제점=방송위는 두 차례 의견청취 실시 등 심사를 대폭 강화, SBS 노사의 14개 개혁과제 합의 등 방송사 스스로의 개혁 노력을 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문제점도 적잖이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42개 지상파 방송사의 재허가 심사가 한꺼번에 몰려있어 꼼꼼한 심사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 방송위가 SBS의 사회환원 약속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심사에 허점이 많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방송위 안팎에서는 방송사별로 심사시기를 달리 하고, 재허가 기간도 현행 3년에서 5년 이상으로 늘려 심사의 내실을 꾀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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