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세력이 이라크 방위군과 경찰에 광범위하게 침투한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미군과 이라크 임시정부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국에선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 군, 경찰의 상당수가 베트콩과 손잡았던 악몽을 떠올리며 ‘제2의 베트남’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저항세력의 정밀공격=그 동안 은밀하게 떠돌던 방위군과 경찰 내부의 저항세력 동조설이 23일 방위군 신병 50여명 학살, 19일 방위군 사령부 피격 이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P통신은 "저항세력이 방위군의 신원, 부대 움직임과 전략을 상세히 파악한 후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미군의 ‘정밀 폭격’에 빗대 "저항세력의 공세가 ‘정밀 공격’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주엔 이야드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의 경호원 3명이 바그다드에서 매복 공격을 받아 죽었고, 지난달엔 방위군의 탈리브 알 라히비 장군과 다함 압드 대령이 키르쿠크 등에서 저항세력에게 돈과 정보, 탄약을 공급하다 체포됐다. 미군은 티크리트에서 경찰이 저항세력에 무기를 넘기는 것을 막으려고 수시로 경찰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리차드 베츠 미 컬럼비아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소장은 "이라크는 베트남을 연상케 한다"며 "베트남 붕괴 뒤 엄청난 숫자의 베트남 군경이 월맹과 베트콩 요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고 말했다.
◆저항세력 단일대오 형성=최근 이라크 내 저항세력이 통합 지휘체계와 조직을 갖춰가고 있다는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50여개 저항세력이 하나의 지휘부 아래 뭉친다면 공격력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AFP통신은 25일 저항이 가장 거센 서부 지역의 저항세력들이 ‘이라크 무자헤딘(전사) 이슬람운동’을 결성했다고 보도했다. 저항세력들은 "이단자들과 싸우고 이라크를 해방하기 위해 많은 조직이 구성됐으며 ‘이라크 무자헤딘 이슬람 운동’의 깃발 아래 뭉쳤다"고 밝혔다.
◆폭탄 380톤의 행방은=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 임시정부의 ‘보안 의식 결여’때문에 고성능 폭발물질 380톤이 없어졌다고 보고했다. IAEA는 "임시정부는 경비소홀로 도난 당한 것 같다는 설명 이외에 분실 시기와 폭탄의 행방은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분실된 폭발물들이 미군과 방위군 공격에 사용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폭발물은 지난해 분실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미 상당량이 저항세력의 수중에 들어가 테러 등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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