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최근 왕가리 마타이 케냐 환경부 차관을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아프리카에서 3,0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는 ‘그린벨트’ 운동을 펼쳐 온 마타이는 아프리카 여성으로서는 첫 번째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며, 환경보호를 이유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첫 사례이기도 하다.전 세계 정상들이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 모여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지 10여 년 만에 환경운동가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는 것은 이제 환경보호가 세계 평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는 지금 국가 간, 지역 간 갈등과 분쟁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인류의 평화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국제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대표적 원인 중 하나가 환경오염과 이로 인한 환경적 불평등이다. 물질적 풍요는 일부 국가와 그 나라 국민에게 더 맑은 공기를 마시고 더 깨끗한 곳에 살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켜 준 반면 나머지 다수의 빈곤 국가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이 주는 혜택마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지구촌의 갈등이 오늘의 현실이 된 것이다.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시키도록 하는 내용으로 최근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는 교토의정서 역시 지구 온난화로 야기되는 환경 재앙을 예방해 국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인류의 자구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 세대의 환경을 희생시키면서 현 세대가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것이 과거에는 가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우리가 환경에 가한 파괴와 오염은 강산이 바뀌기도 전에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죄어 오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배출한 화학물질들은 미래 세대의 환경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새집증후군의 예에서 보듯이 환경오염은 이제 우리의 일상사에 깊이 침투해 있다. 환경은 미래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은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것만도 지난한 과제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한 이정표에서 힘들다고 멈춰 버린다면 다시 굴러 내려가는 시지푸스의 바위처럼 우리의 환경도 악화와 퇴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번 파괴된 환경을 원상회복시키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여력이 있을 때 환경보호와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한 가지라도 더 실천해야 한다.
대기가 오염된 도시에서 깨끗한 공기를 얻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항상 집안에서만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삶의 기반인 도시에 깨끗한 공기를 회복하려는 노력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 우리 스스로가 도시를 정화하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해야 한다. 이 같은 작업이 불편함과 양보를 요구하고 때로는 작은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지역사회 구성원이 지역환경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환경보호 노력에 동참하는 것은 지역의 평화뿐만 아니라 국가 간 그리고 세대 간의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작지만 큰 첫걸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곽결호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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