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국회 공정거래법 공청회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놓고, ‘전쟁 대비론’과 ‘전쟁 과장론’이 격렬하게 맞섰다. 재계가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등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경영권 방어력 약화이며,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가 핵심 이슈이기 때문이다.삼성금융연구소 이상묵 상무는 25일 국회 정무위 회의실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공청회’에서 "세계 IT 경기가 위축돼 M&A가 가시화하면 경쟁업체에 비해 주가가 5분의1에 불과한 삼성전자가 M&A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10대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만 합해도 삼성그룹 전체 지분을 초과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특히 "매년 엄청난 금액을 국방비로 지출하는 것은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서가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면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설령 M&A 시도가 없더라도 삼성의 사정을 아는 외국인 주주들의 경영간섭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15%룰)가 통과되면, 삼성측 의결권을 16%로 1%포인트 늘리는 데 4조원의 자금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15%룰이 통과되면 금융계열사(현재 지분 8.9%)들은 삼성그룹 비금융 지분(8.9%)과 15%와의 차이만큼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때문에 삼성측 의결권을 16%로 올리려면 비금융사들이 지분을 9.9%(금융지분 8.9%+1.0%) 추가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송대 김기원 교수는 "캐피탈그룹 싱가포르투자청 등 삼성전자 10대 외국인 주주들은 론스타와 같은 M&A 펀드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펀드이기 때문에 펀드매니저 규정상 경영권 장악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매년 이사 중 3분의1만 선임하는 이사들의 시차임기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설령 외국인들이 똘똘 뭉쳐도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다"며 "나아가 경영진도 자사주와 금융계열사 지분을 일단 우호기관에 넘겨 자체 지분만으로도 적대적 M&A 방어선인 주총 참석주주의 3분의1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삼성이 M&A 위협을 과대 포장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금융계열사 분리정책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며 "삼성은 이참에 삼성생명을 상호회사로 전환하는 등 삼성그룹에서 분리해 떳떳하게 삼성전자 의결권도 행사하고 삼성자동차 부채문제도 깔끔하게 처리하는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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