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 투수가 경기의 승패와 색깔을 결정한다는 뜻이다.선발투수의 난조로 타격전이 벌어졌던 2, 3차전과는 달리 양팀 에이스가 등판한 4차전에서는 아무도 홈플레이트를 밟지 못했다. 백구의 향연은 없었지만 투수전의 팽팽한 묘미를 만끽하게 한 명승부였다. 시간제한 규정(4시간)에 묶여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2차전(8-8)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이닝 제한(12회) 때문에 무승부 상태에서 경기종료 사이렌이 울려 진검승부의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했던 팬들에게 진한 아쉬움 만을 남겼다.
현대와 삼성은 25일 대구에서 열린 2004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4차전에서 연장 12회까지 접전을 벌였지만 0-0.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서 0-0 무승부는 이번이 처음. 한국시리즈에서 2번의 무승부가 나온 것도 처음이다. 이로써 양팀은 시리즈 전적 1승2무1패의 원점에서 맴돌게 됐다. 8차전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양 팀은 9차전을 통해 가을잔치의 주인을 가려야 한다. 9차전 일정은 26일 결정된다. 5차전은 27일 오후 6시 잠실에서 열린다.
이날 두 팀의 안타는 모두 합해 5개(현대 1, 삼성 4). 5안타는 한국시리즈 사상 최소 안타 신기록(종전은 6개)이다. 양 팀 마운드는 또 이 경기에서 27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면서 이 부문 종전 기록(23개)도 갈아치웠다. 그만큼 두 팀의 방망이는 철벽 마운드 앞에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날 투수전의 백미는 무엇보다 최고구속 150km의 강속구와 자로 잰 듯한 제구력을 앞세워 완벽한 피칭을 선보인 선발 배영수였다. 그는 연장 10회까지 116개의 공을 던지면서 단 1개의 볼넷 만을 허용한 채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는 무결점 투구(탈삼진 11개)를 선보였다. 하지만 팀이 10회 말까지 득점에 실패한 채 11회초 마운드를 권오준에게 물려주는 바람에 한국시리즈 사상 두번째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눈앞에서 날려버렸다.
이에 맞선 현대 선발 피어리의 투구도 빛났다. 팀에 귀중한 1차전 승리를 선사한 뒤 3일을 쉬고 다시 마운드에 선 피어리는 자신의 주무기인 컷 패스트볼을 앞세워 6회까지 볼넷 없이 2안타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피어리에 이어 마운드를 구원 등판한 이상열 신철인 조용준 등 현대 불펜진도 6이닝을 무실점으로 처리, 투수 왕국의 위용을 과시했다.
삼성은 12회 말 선두타자 박한이의 중전 안타에 이은 김종훈의 보내기 번트와 양준혁의 고의사구, 김한수의 볼넷으로 만든 2사 만루의 마지막 기회에서 강동우가 중견수 뜬 공으로 물러나면서 해피엔딩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