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4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에는 악재지만 물가에는 호재로 작용, 경제 전체로는 매우 복합적 영향이 예상된다.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년 가까이 지탱해오던 1,140원벽을 무너뜨린 뒤 지난 주말보다 5.70원 떨어진 1,135.00원으로 마감됐다. 2000년11월10일(1,134.60원)이후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106.50엔까지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의 약세를 용인하면서, 엔화의 강세가 빚어졌고 원화가치도 동반상승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정부의 즉각적 개입이 있었지만 이번엔 개입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1,140원대에서 구축됐던 정부의 환율방어 마지노선이 후퇴한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역외선물환(NDF) 시장개입을 통해 거액의 손실을 입은 사실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나자 정부가 일단 시장개입을 절제하고 있는 것으로 시장관계자들은 분석했다.
환율하락으로 수출부담은 커지게 됐다. 경기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수출이 둔화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환율하락으로 가격경쟁력까지 악화할 경우, 수출 자체는 물론 실물경기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하지만 환율하락으로 원유 등 수입물가 상승압력은 그만큼 숨통이 트이게 됐다. 물가상승세가 진정돼 민간부문의 구매력이 회복되고 소비지출로 이어진다면, 수출둔화로 인한 경기위축효과를 충분히 상쇄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수지가 기본적으로 흑자이고 달러약세도 좀 더 오래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원·달러환율은 하락요인이 더 크다. 하지만 시장에선 환율이 일정수준 이하까지 떨어지면 정부가 다시 시장에 등장(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로선 아무리 1,140원 저지선을 지키고 싶어도, 무차별 개입을 강도높게 추궁 당한 국감이 끝나자마자 즉각 시장개입에 나선다는 것은 ‘대(對)국회 관계’상 곤란한 일이다. 따라서 재경부로선 국감 열기가 식을 때까지 기다릴 공산이 크다.
한 딜러는 "물가 보다는 경기를 우선시하는 정부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환율하락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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