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는 아시아에서 몇 개 남지 않은 큰 매물입니다."세계 2위의 주류업체이자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고 있는 얼라이드 도멕의 국내 자회사인 진로발렌타인스 데이비드 루카스(46·사진) 사장은 최근 스페인 세고비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진로를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으며 본사에 인수 추진을 계속 설득 중"이라고 진로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 동안 국내외 기업의 진로 인수 추진설이 많이 떠돌았지만 세계적 기업의 책임 있는 인사가 진로 인수 방침을 공식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영국 브리스톨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얼라이드 도멕은 종업원 1만여명에 증류주와 와인, 퀵 서비스 레스토랑을 주 업종으로 하고 있다.
루카스 사장은 "멕시코의 데킬라 같은 술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데 진로 소주 같은 훌륭한 술이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특히 얼라이드 도멕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결합한다면 세계시장에서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는 데킬라 뿐 아니라 러시아의 보드카보다도 진로 소주가 모든 면에서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월드컵 이후 한국 상품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루카스 사장은 1조9,000억~2조5,000억원 대로 거론되고 있는 인수 가격에 대해선 "5년 전 진로측에 인수가격으로 20억 달러(한화 2조2,800억원)를 제시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 때보다 가치가 떨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는 점에서 결국 세계 시장의 가능성을 얼마로 산정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루카스 사장은 "80년이 넘은 토종기업을 외국 기업이 단독으로 인수, 경영하는 데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한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 소주의 일본내 유통망 역할을 하고 있는 산토리와의 합작 관계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진로 인수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루카스 사장은 "한국은 규제가 많은 나라"라며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어떤 기관에서는 주류 업체들의 판촉을 제한하라고 하고 다른 기관에선 이를 담합행위라고 하는데 도대체 누구 말을 따라야 할 지 모르겠다"며 "할 일도 많은데 이런 일로 오라 가라 하면 정말 좌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영국 맨체스터 출신인 루카스 사장은 런던대를 나와 92년 얼라이드 도멕에 합류한 뒤 2000년부터 진로발렌타인 사장직을 맡고 있다.
세고비아(스페인)=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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