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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의 대북압박 기운이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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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의 대북압박 기운이 심상찮다

입력
2004.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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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 대사가 "북한 핵 문제 해결은 6자회담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중재자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물꼬를 트기 위해 한국이나 중국이 북미 대화를 중재해야 한다는 시각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들린다. ‘6자 협의’ 틀 속에 다른 당사자들은 가두어 두고 미국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대북 대화나 압박을 주도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다.개성공단 관련 발언은 더욱 단호하다. 개성공단 사업 조기 성사의 최대 걸림돌인 전략물자 수출통제 문제에 대해 "이 상황을 다루기 위해 미 수출통제법이나 국제협약을 위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에 지나친 기대를 갖지 말라는 주문도 달았다.

미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미 정부의 기본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음이 거듭 확인됐다. 때마침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든 미국의 대북 자세에 별 변화가 없으리라는 관측을 쏟아내고 있는 마당이다. 미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북미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리라는 전망이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태도도 다를 바 없다. 미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책상다리를 풀지 않겠다는 자세다.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한국과의 대화 움직임조차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를 궁극적으로 풀 두 당사자의 이 같은 자세에 우리 정부가 느낄 갑갑증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북미 양측이 관망 자세를 굳힌 이상 우선은 지켜보는 외에 달리 대안도 없다.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막연한 남북 정상회담이나 이를 위한 대북 특사 파견 등은 오히려 사태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미 대통령 선거 이후를 지켜보고 나서 독자적 역할을 구상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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