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아련한 향수가 묻어나는 옛 노래의 힘은 세다. ‘눈물 젖은 두만강’ ‘목포의 눈물’ 같은 당대의 명곡을 소개하는 KBS 1TV ‘가요무대’(연출 서태룡)가 그걸 증명한다. 85년 11월 4일 첫 전파를 탄 이래 꼬박 19년간 장수한 이 프로가 11월 8일로 900회를 맞는다.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 만큼 ‘가요무대’가 쌓아올린 기록도 여럿이다. 50만명의 방청객이 참여했고, 1,500여곡의 가요를 소개했으며, 이 프로를 거쳐간 PD만 해도 20명이 넘는다. 그동안 프로그램에 전달된 편지만도 5만통에 달하고, 요즘도 인터넷으로 1주일에 500건이 넘는 사연이 올라온다. 최다 방송곡은 백난아의 ‘찔레꽃’이고, 최다 출연자는 388회 출현한 주현미다.
1회부터 지금까지 지휘자로 ‘가요무대’의 음악을 책임져온 김강섭(71·사진) 전 KBS악단장도 ‘가요무대’의 의미를 더해준다. 김 단장은 가수 최희준과 함께 해방 이후 미8군 부대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활동하다 61년 KBS 전속악단이 생기면서 34년간 악단장으로 활동했고, 95년 은퇴 이후에도 객원지휘자로 ‘가요무대’를 맡아왔다.
김 단장은 "가수와 노래를 잘 선곡해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고맙게 여긴다. 몸이 건강하니까 그만 두라고 할 때까지 계속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요즘 가수들은 ‘가요무대’ 출연하기 전 노래를 준비해오지 않거나, 연습해 오더라도 코드나 멜로디가 틀린 경우를 많이 본다"며 "노래는 옛날 가수들이 더 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8일 방송되는 900회 특집은 가장 많이 시청자들이 신청했고, 또 소개했던 15곡을 현철 주현미 태진아 등이 부른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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