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명석의 TV홀릭] 힘든 사랑이 아름답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명석의 TV홀릭] 힘든 사랑이 아름답다?

입력
2004.10.26 00:00
0 0

KBS2 ‘오!필승 봉순영’(사진)의 진짜 미스터리는 필승(안재욱)이 그룹회장의 친손자냐, 아니냐 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궁금한 건 필승이 왜 유정(박선영) 대신 순영(채림)을 사랑하느냐는 것이다.유정은 외모, 학벌 같은 조건뿐만 아니라 속 깊은 지혜를 지녔고, 필승에 대한 마음도 분명하다. 자신이 욕을 먹더라도 필승을 위해 순영에게 회사를 그만둘 것을 부탁하고, 필승 때문에 못하는 요리까지 해보려는 것이 그녀다. 반면 순영은 재웅(류진)과 필승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고, 두 남자는 그런 순영에 의해 상처 입는다. 이 드라마의 팬들이 필승과 유정을 더 응원한다는 얘기가 있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이런 현상은 ‘오!필승 봉순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SBS ‘매직’에서 단영(김효진)과 연진(엄지원)은 모두 자신의 야망을 위해 모든 것을 속이는 강재(강동원)를 사랑하고, ‘남자가 사랑할 때’의 지훈(고수)은 자신에게 헌신적인 정우(박예진)에게 충실하려 하지만 마음 속에는 자신을 배신한 인혜(박정아)가 있다. 꼭 상대방이 ‘나쁜 남자’나 ‘나쁜 여자’가 아니어도 상황은 비슷하다. 재벌 2세와 평범한 여자의 사랑, 친남매일지도 모를 사람들의 사랑. 사각관계안에서 남녀주인공들은 꼭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한다.

물론 여기엔 이유가 있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서로가 ‘첫사랑’이기 때문이고, ‘매직’의 강재는 여자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며, 재벌 2세가 등장하는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제4자’에 해당하는 여성이나 남성 캐릭터가 못됐기 때문이다.

반면 남녀주인공은 ‘진심’을 가지고 있다. 겉은 그렇지 않지만 속으로는 진심으로 상대방을 사랑하거나, 조건에 관계없이 오직 ‘사람’만 보고 사랑한다. 이를 통해 드라마들은 사랑의 판타지를 완성한다. 사각관계 속에서 굳이 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는 아주 뚜렷한 이유가 있고, 그런 이유로 인해 남녀 주인공은 운명적인 만남을 통한 아름다운 사랑을 해 나간다.

그래서 비극이건 해피엔딩이건, 주인공의 사랑은 늘 아름답게만 묘사되고, 온갖 우연과 필연과 이벤트가 어우러진 ‘운명’이 된다. 그 순간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리고, 시청률은 올라간다. 그러나 그 눈물이 마르면, 우리는 그것이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사랑임을 인정한다.

왜 드라마는 늘 주인공들의 사랑이 아름답기만 하고,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MBC ‘아일랜드’에서 중아(이나영)가 말한 그대로, 현실 속의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하고 행복한 사랑보다는 바로 지금 함께 있어 좋은, 불행까지도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어찌보면 자신만의 욕심일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가 주목 받는 것도 사람의 이기적이지만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사각관계를 그린 드라마들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재벌 2세의 존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랑에 대해 더 솔직한 이야기를 할 때, 우리 드라마도 지금의 진부함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