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는 엄마, 아빠 등 몇 단어 밖에는 구사하지 못해요. 어떤 사물을 보면서 뭐라고 가르쳐주어도 잘 따라 하지 않고, 따라 해도 정확하지 않아요. 도무지 말을 안 해요. 혼자 웅얼거리며 놀기는 하는데…’ 우리나라 신생아 1,000명 중 1~3명은 청각장애로 태어나지만 많은 부모들은 두 돌이 지나도록 아기가 말을 못해도 그냥 좀 늦는 모양이다 정도로 여기고 그냥 지나친다. 신생아 청각장애가 눈에 띄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소리이비인후과 박홍준 원장은 "출생 후 2년간은 언어의 습득과 발달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면서 "이 시기에 난청을 발견해 조기 치료 및 재활교육을 시작하면 정상생활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나중에 청각 재활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미국이나 영국에선 모든 신생아에 대한 청각검사가 의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유난히 아이가 말이 늦다면, 엄마는 아기가 소리에 대해 잘 반응하는지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불러도 돌아보지 않거나 문소리 등에 놀라지 않는다면 난청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박 원장은 "특히 태어나면서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았거나, 뇌막염을 앓았을 경우 난청이 올 위험도가 정상 출생아보다 월등히 높으며, 가족 중에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청각장애가 있을 때에도 유전성 난청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특히 뇌막염은 청각장애의 주요 원인이다. 뇌막염의 감염균(인플루엔자균, 폐렴구균)이 머리속을 돌아다니다 귀 신경(달팽이관)의 뼈조직을 딱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인큐베이터(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입원한 일부 신생아는 항생제(아미노글리코사이드) 투여를 받게 되는데,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난청이 올 수도 있다. 이외에도 저산소증, 황달, 홍역이나 풍진등 모체 감염으로 인한 선천성 감염도 난청의 원인이 된다.
선천적 혹은 유전적으로 발생하는 청각장애도 상당히 많다. 박 원장은 "엄마 아빠 중 한쪽만이라도 난청이 있는 경우, 부모는 정상이라도 할아버지 할머니 등 4촌 이내 가족 중에 청각장애자가 있다면 자식에게 난청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어려서는 청각에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청각이 점차 떨어지는 유전성 난청도 있다"고 말했다.
난청 진단은 뇌간전위유발청각검사를 통해 신생아에게도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아이를 잠들게 한 뒤 귀에 소리자극을 주고, 이에 대해 아기가 청신경과 뇌에 반응하는지 알아보는 검사법이다.
난청치료는 크게 보청기와 인공와우 수술로 나뉜다. 청각신경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아기에게는 소리를 증폭시켜 청력을 보완해주는 보청기가 추천되는데, 전문의의 상담에 따라 한쪽, 혹은 양쪽 귀에 착용할 수 있다.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는 고도 난청인 경우엔 인공와우(人工蝸牛) 이식수술을 받게 된다. 인공와우란 외부로부터 전달되는 음향신호를 청신경에 전기적 자극으로 바꾸어 전달하는 전기적 장치로 귓속 유양돌기뼈에 이식, 달팽이관 기능을 대신하게 된다. 박 원장은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로 생후 18~30개월 된 아기에게도 이식수술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수술은 빨리 할수록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1988년 국내에서 처음 실시된 이후 현재까지 3,000건 정도가 이루어졌으며 이 중 어린이가 2,500~3,000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의들은 인공와우 이식수술이 성공하려면 언어재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리는 들려도 그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소리와 의미를 연결시켜주는 매핑(mapping)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공와우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박 원장은 "재활치료는 2~6년이나 걸리는 장기적인 언어재활과정이므로, 평생관리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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