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외교부 뺀 실질적 ‘행정특별시’ 대상기관 당초 73개서 50개 될 듯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에 따라 여권에서는 ‘행정수도’에 버금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말을 고비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등에서는 행정타운 건설 등 구체적 해법이 거론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장고(長考)에 돌입한 상황이어서 조만간 대안이 결정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들이 쏟아내는 백화제방식 언급 속에서도 공통분모들이 적지 않아 조기에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행정수도 이전 정책의 정신은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해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완전 포기하는 방안은 배제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여권에서는 충청권에 대규모 행정타운을 건설하는 방안이 힘을 얻는 가운데 일부에서 국민투표 실시론도 거론되고 있다.
우선 대규모 행정타운 건설 방안은 ‘서울=수도’란 원칙을 훼손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가급적 많은 행정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겨 ‘행정특별시’를 건설하는 방안이다. 따라서 수도 개념과 직결되는 청와대와 입법부, 사법부 등은 서울에 잔존한다. 행정타운 건설지로는 당초 신행정수도 예정지로 결정됐던 공주^연기와 함께 일부 행정기관 청사가 있는 대전 등이 검토될 수 있다. 행정특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번에 효력을 상실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대체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헌재가 수도 개념을 국회와 대통령 등 최고헌법기관 소재지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행정부처 대다수를 충청권으로 옮기더라도 위헌 소지는 없다"면서 "행정특별시 특례법 등을 제정해 충청권에 대규모 행정타운을 건설할 경우 행정수도 이전 정책의 정신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행정타운을 만들 경우 충청권 주민들의 반발도 줄일 수 있고 수도권 과밀 해소 기능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를 제외하고 총리실 등 일반 행정부처를 모두 옮기자는 주장도 있으나 일부 행정부처는 수도권에 놔두는 게 좋다는 의견이 더 많다.
정부 관계자는 "수도권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육성하자는 정책을 펴고 있으므로 재경부 등 핵심 경제 부처는 과천청사에 남길 필요가 있다"며 "주한 외국공관의 지방 이전도 쉽지 않을 것이므로 외교부 등의 서울 잔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사회^과학기술^문화관광^국방 분야의 15개 부처 가량이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런 방안이 채택될 경우 충청권 행정타운으로 이전하는 중앙행정기관은 50개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행정수도 이전 정책에 따라 이전 대상으로 결정된 중앙행정기관은 73개였다.
여권 일부에서는 과학기술분야를 중심으로 일부 부처만 충청권으로 옮기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행정타운이 여러 곳으로 분산돼 비용만 많이 들어간다"는 비판 때문에 큰 호응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노무현 캠프 출신 인사들과 우리당 내의 강경파들은 국민투표를 통한 행정수도 이전 정책 강행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정책에서 밀릴 경우 전반적인 개혁 추진에 차질에 생기므로 정면 돌파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차피 권력구조 개편과 국가균형발전은 시대적으로 중요한 과제"라며 "두 가지 문제를 놓고 국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도 검토할 만 하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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