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 182㎝인 고교생 신모(18)군은 최근 광화문 지하보도를 지나다가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고등학생 평균키보다 약간 큰 수준인 신군의 머리가 지하보도 천장에 닿아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 했던 것. 초등학생들도 뜀뛰기를 하면 손이 닿을 정도여서 대부분의 행인들이 구부정한 자세로 통과하고 있었다.서울 광화문 지하보도가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추가된 기둥 때문에 일부 구간의 천장 높이가 180㎝로 낮아져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시 홈페이지 게시판과 종로구청에는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공사를 담당한 시 건설안전본부 관계자는 "지하보도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도중 이곳의 안전등급이 붕괴우려가 있는 ‘E’로 나와 급하게 보강 하면서 어쩔 수 없이 3.2m 정도 구간이 180㎝의 높이로 시공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을 지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큰 신장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키가 190㎝인 한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은 "통행로 천장이 이토록 낮게 만들어지다니 놀라울 뿐"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이면 머리를 다칠까 봐 허리를 많이 굽히고 지나다닌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시 관계자는 "천장이 낮아진 곳에 화분을 놓고 전시공간을 마련해 보행자들이 지나지 못하게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