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곰들이 지리산에 방사된 뒤 기특하게도 잘 적응하고 있네요."러시아산 야생 반달가슴곰 6마리를 지리산에 풀어놓은 지 일주일이 지난 23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남부사무소 직원들이 들고 다니는 전파수신기에서는 연신 ‘삐’하는 신호음이 울려 퍼졌다. 곰들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소리다.
요즘 신호음은 하루가 다르게 간격이 길어지고, 소리도 흐릿해지고 있다. 곰들의 위치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15일 자연적응훈련장을 나온 곰들은 처음엔 훈련장 울타리 주변만 맴돌더니 며칠 전부터는 훈련장에서 반경 1~2㎞ 되는 곳까지 진출하는 등 빠르게 서식영역을 넓히고 있다. 훈련장에 있을 때는 6마리가 모두 한 형제처럼 어울려 다녔지만 지금은 3마리씩 짝을 지어 서로 분리된 채 집단생활을 한다.
사무소측이 새끼곰들의 왕성한 식욕을 고려해 훈련장 곳곳에 주식인 도토리나 밤 따위를 뿌려놓고 문을 열어 놓았지만 1마리도 되돌아온 경우가 없다. 사무소 관계자는 "태어난 지 7,8개월 정도 된 새끼곰들이지만 야생성이 강해 자연상태에서 먹이를 잘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전에 방사했던 사육곰 ‘장군’과 ‘반돌’보다는 적응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전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