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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서양이 보는 北과 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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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서양이 보는 北과 이라크

입력
2004.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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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준비하고 있던 2002년 12월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마음대로 핵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북한이 분명 이라크보다 위험한 국가로 나섰으니 북한보다 먼저 이라크를 침략할 수는 없겠다는 논평이 많았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라크를 먼저 침략했다. 미국 국민들은 왜 북한은 신경을 안 쓰고 이라크만 무서워했을까?내가 보기에는 서양 사람들이 아시아와 중동을 다르게 보는 것이 이유이다. 북한의 ‘서울 불 바다’ 발언은 아주 유명하다. 2002년에 후세인이 같은 발언을 했다면 이라크전은 훨씬 빨리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은 종교적인 표현을 안 쓴다. 아무리 핵무기를 사용하고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해도 ‘신이 우리 편이고 너희들은 영원한 적’이라는 말과는 비교가 안 된다. 종교란 사람들 마음속 깊이 들어 있는 것이라서 특히 기독교도가 많은 서양인들은 종교적인 표현에 약하다.

그러나 북한의 선언들은 이 세상 일에만 해당되니까 무섭긴 해도 종교적인 표현만큼 깊은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또 사람들은 약자를 편드는 마음이 있다. 북한은 이라크보다 훨씬 강한 무기와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만 주변의 중국, 러시아, 남한, 일본을 도저히 침략할 수가 없다. 아무리 봐도 동아시아에서 가장 고립된, 경제적으로 약한 나라다. 그런 약한 나라가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떠들어대면 오히려 그 기세등등함에 탄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양에는 북한 사회를 신기하게 여기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북한이 실제로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는 한 북한의 태도를 언제까지나 용인해 줄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서양 국가들이 북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를 예상할 때 북한이 다른 나라들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데이비드 맥클라우드 프리랜서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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