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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46> 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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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46> 초서

입력
2004.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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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 10월25일 영국 시인 제프리 초서가 58세로 작고했다. 17세기 영국 시인 겸 비평가 존 드라이든이 그를 ‘영시(英詩)의 아버지'로 부른 이래, 문학사가들 다수는 초서를 근대 영어 운문 문학의 창시자로 떠받든다. 초서의 이런 영예는 미완성으로 남은 그의 마지막 작품 ‘캔터베리 이야기'(1386~1400)에 주로 신세지고 있다.중세 이야기 문학의 집대성이라 할 ‘캔터베리 이야기'는 영국 남부 캔터베리 대성당을 참배하러 온 순례자들이 서더크의 한 여관에 투숙하는 데서 시작한다. 여관 주인은 자신도 순례길에 동참하겠다며 대성당을 오가는 도중에 순례자들이 번갈아 이야기를 풀어놓아 가장 잘된 이야기를 한 사람에게 상을 주자는 제안을 하는데, 이렇게 해서 나온 이야기들의 모음이 ‘캔터베리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 틀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1351)과 비슷한 셈이다.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이야기를 하는 순례자들의 신분은 기사, 사제, 법률가, 의사, 면죄부(免罪符)팔이, 직조공, 대학생, 선원, 요리사, 상인, 방앗간 주인, 목수 등 당대 영국의 온갖 계층을 망라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계층과 영역의 화자들이 이야기 속에 자신들의 성격과 세계관을 제가끔 투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캔터베리 이야기'는 당대 영국의 풍속과 사회 전망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거대한 모자이크라 할 만하다.

런던의 부유한 포도주 상인 가문에서 태어난 초서는 이미 어린 시절에 궁정에 출사했고, 장성한 뒤 군인, 외교관, 세관 감사관, 삼림감시관 등 다채로운 직업을 거쳤다. 습작 시절에는 당시 영국 궁정에서 유행하던 프랑스문학의 영향을 짙게 받기도 했지만, 이내 단순한 모방에서 벗어나 독자적 기법과 양식을 체득했다. ‘캔터베리 이야기' 외에 ‘공작부인의 책' ‘명성의 집' ‘새들의 의회' ‘착한 여자들의 전설' 따위의 작품들을 남겼다.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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