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부동산 경기가 침체 상태라 해도 70조원대 시장이 하루 아침에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경기는 부침이 있기 마련이고 어느 때이든 어딘가에는 자기 밥그릇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항상 직원들에게 힘을 다해 그걸 찾으라고 주문합니다."쌍용건설이 18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마치기 직전인 지난 주말, 김석준(51^사진) 회장은 향후 부동산경기와 회상경영 방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있게 ‘밥그릇론’을 꺼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해도 살 집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 한 기업이 일할 자리는 있다는 의미다.
쌍용건설이 국내 주택시장에서 가장 관심있게 보고 있는 분야는 아파트 리모델링. 김 회장은 "리모델링 시장은 몇 년 사이 급팽창하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두고 대규모로 커나갈 시장"이라며 "시장이 서면 기업이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남들보다 먼저 가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이미 2000년 리모델링팀을 신설해 틈새 시장을 개척해 왔고, 지난해 방배동 궁전아파트와 올해 도곡동 동신아파트의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다.
김 회장의 이 같은 자신감의 뒤에는 혹독한 워크아웃을 헤쳐나온 직원들에 대한 믿음이 있다. 한 때 2,400여명에 달하던 직원이 900여명으로 줄고, 돈 되는 회사 자산은 모두 매각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증자가 절실할 때 직원들이 퇴직금을 털어 2,000원하던 주식을 5,000원에 사준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뭉클하다"며 "힘든 과정을 함께 견디며 넘었던 직원들의 공통된 경험이 앞으로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워크아웃 졸업을 맞는 김 회장의 마음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워크아웃을 거치면서 그는 막강한 지배력으로 기업을 호령하던 ‘오너’에서 고용 사장인 ‘전문경영인’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감자를 거쳐 거의 제로 상태가 된 그는 지난해 3월 직원들과 함께 증자에 참여, 현재 1.4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속상하고 스타일 구기는 일이었지만 마음을 비우고 몸을 낮추고 나니 정말 귀중한 세상살이를 했다는 생각입니다."
그 덕분에 김 회장은 "회사를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훨씬 어렵고, 특히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경영에 대한 시각도 변했다. 종업원 지주제에 대해 김 회장은 "우리 업계에서는 낯선 것이지만 충분히 기대해 봄직한 제도"라고 말했고, 신규 브랜드 런칭 계획에 대해서는 "6개월에 100억이나 드는 일을 지금 형편에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쌍용건설 지분 20.7%를 갖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이 자산관리공사와 채권단 지분(50.7%) 중 25% 가량을 우선 매입할 권한을 가지고 있어 쌍용건설은 앞으로 종업원 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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