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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노 대통령의 꿈은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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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노 대통령의 꿈은 무너졌나

입력
2004.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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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오래 침묵하고 있다. 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후 나흘이 지나도록 아무 말이 없다. 결정 직후 "관습헌법론은 처음 듣는 이론"이라고 말한 것이 전부다.국가 대사가 걸린 헌재 결정에 대해 국가 수반이 며칠째 함구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탄핵 기각 때처럼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은 열렬히 환영하고, 불리한 결정엔 반감을 드러낸다면 그런 대통령이 어떻게 법치를 바로 세우겠는가.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안 하는 것 자체가 헌재 판결에 승복 안 하겠다는 뜻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국민의 관심은 대통령이 어떤 승부수를 던져 위기를 돌파할 것이냐에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은 이번에 장기전을 택한 것 같다. 폭탄 던지듯 즉각 자신의 생각을 밝히던 과거 스타일에서 벗어나 침묵으로 시간을 벌면서 전략을 짜고 있다. 신중해졌다고 환영하기엔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대통령은 빨리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 입장을 바탕으로 전략을 세우는 게 순서다.

여당은 헌재가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기관인 것처럼, 정치적인 결정으로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일부 신문이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을 선동하여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공격까지 하고 있다. 독재시대의 운동권 단체라면 그런 비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를 이끄는 여당이 어떻게 그런 치졸한 주장을 할 수 있는가.

헌재 결정으로 노 대통령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지 못한다면 노 대통령뿐 아니라 온 나라가 어려워질 것이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대통령은 우선 과거의 위기 극복 방식을 버려야 한다.

노 대통령은 위기에 강한 노련한 승부사였다. 그에게 위기란 다시 일어나는 기회였다. 국회가 그를 탄핵하자 그는 탄핵을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뜨거운 응고제로 활용했다. 그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항상 반대세력의 횡포에 의한 것으로 인식하고, 그 인식을 지지세력에 널리 전파하는 재주를 가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그가 만일 그 전략을 다시 쓴다면 이 나라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그의 남은 3년은 싸우다 끝날 것이다. 이 정부가 출범한 후 계속돼 온 승자도 패자도 없는 대결의 정치에 국민은 지칠 대로 지쳤다. 더 이상의 분열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온 나라가 기진맥진한 상태다.

노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신행정수도 건설에 집착해 온 것은 단순한 선거공약 실현 차원이 아니었다고 믿는다. 수도 이전을 통해 심각한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고,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방분권화를 이루겠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도전해 볼 만한 꿈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그런 꿈이 헌재 결정으로 산산조각 났을까. 그래서 대통령은 좌절할 수밖에 없을까. 그렇지 않다. 대통령은 그 꿈을 이루어 나갈 수 있다. ‘수도 이전’이라는 화끈한 목표는 벽에 부딪혔지만, 지방 발전 계획은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히는 순간 그의 지지층은 더 넓어질 것이다. 그의 스타일을 싫어하던 사람들까지 한 데 아우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수도 이전을 통해 이루려던 꿈이 좌절된 것이 안타깝지만, 균형발전과 지방분권화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한다면 그는 ‘노사모의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금 민주주의를 모독하고 있다. 헌재 결정을 받아들이는 그의 자세는 기본적으로 독재정권을 닮았다. 헌재 재판관들을 체포하지 않는다고 해서 민주정권일 수는 없다. 승부수는 없다. 마음을 낮추는 사려 깊은 판단만이 노 대통령을 살릴 것이다.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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