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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122> 영양 많은 가을의 빛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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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122> 영양 많은 가을의 빛깔들

입력
2004.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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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국립수목원 앞마당에 있는 복자기나무엔 어김없이 물이 들지요. 저는 언제나 "단풍 빛은 여러가지 빛깔이 함께 어우러져야 아름답고, 그런 의미에서 가장 다양한 식물들이 함께 살고 있는 광릉 숲의 가을은 그 어느 곳보다 빼어나다"고 설명합니다만, 올해는 그 아름답기가 유난스럽습니다. 한 나무에 시선을 두고 헤아리다 보면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그 풍부한 색깔의 변화와 아름다움으로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기곤 합니다.이 단풍빛깔 탓인지, 혹은 그윽한 산국향기 탓인지, 아니면 더없이 맑고 드높은 가을하늘 탓인지, 주변에서 모두들 "아무래도 가을을 타나 봐"라고 말합니다. 일에 치이면서 삶에 열중하느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섬세한 감정 변화들을 쉽게 무시하는 기성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들뜨게할 만큼 이 가을의 아름다움은 절대적입니다.

요즘은 꽃의 색이나 향기로 병을 치료하는 원예치료라는 분야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데 문득 자연의 색깔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집니다.

우선 색소가 직접적으로 건강에 관여한다고 합니다. 가을이 되어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노란 가을빛을 만드는 카로티노이드 색소, 이중 특히 베타 카로틴이라는 색소는 비타민 A를 생성케 하여 사람의 눈에 있는 망막 간상세포에 존재하는 감광물질을 만들어냅니다(그래서 당근 같은 녹황색 채소를 먹으면 야맹증에 걸리지 않는다고 배웠지요). 또 신체내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만들어져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활성산소 같은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항산화제 역할도 한다는 합니다.

붉은색과 관련된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 역시 위와 같은 역할 외에 모세혈관을 잘 통하고 하고, 혈소판을 응고하며, 주단백질이 파괴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잎을 지금까지 초록으로 만들었던 엽록소는 임파선을 통해 수혈을 받는 것과 같은 작용을 하며 피를 맑게 하고, 면역기능도 향상시킨다고 합니다.

자연의 색은 정신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빨간색은 기분을 고조시켜 근육이 긴장되고 맥박도 빨리 뛰게 합니다. 파란색은 대체로 반대의 반응을 나타나지만 동맥의 수축을 가져오며, 노랑색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초록은 마음을 안정시켜준다고 한다. 실제로 학자들은 나무를 보았을 때와 신문을 보았을 때의 반응 차이, 같은 책이라도 식물사진을 보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뇌파의 변화를 조사해 초록색이 가득한 자연이 우리의 정신에 얼마나 좋은가를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의 색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변화를 생각하다 보니, 이 가을 우리들이 느끼는, 조용하면서도 역동적인 심정의 변화가 이해됩니다. 온갖 색들이 함께 어우러진 가을의 한 복판에 서서 한 해의 끝을 향해가고 있다는 시간의 흐름을 상기하다 보니 가슴은 설레다가 느긋해지고, 긴장되었다가 평안해지곤 합니다. 이 같은 변화의 체험은 바로 우리가 가을을 타고 있다는 것을 얘기합니다.

하지만 자연에서의 이런 변화는 그것이 긴장이라고 하더라도, 도심의 삶에서 갖게되는 긴장과 사뭇 달라, 우리가 살아 있음을 인식하게 하고 다시 기운을 넣어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자연을 찾는 시간을 내 보십시오. 그리고 그 자연의 빛깔들이 주는 자극에 잠시 몸과 마음을 온전히 맡겨 보십시오. 돌아오시는 발걸음은 한층 안정되고 성숙하며 활기 넘치게 바뀌실 것입니다. 충만한 가을이 가슴으로 들어갔으니까요.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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