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전자·반도체 업체들이 부품 산업의 종주국인 일본으로 자사의 부품 및 장비를 수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국내 부품·소재 산업이 지나친 대일 의존에서 탈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청신호로 풀이된다.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조만간 일본 디지털 카메라 업체들에게 2차 전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세계 2차 전지 시장은 산요,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득세하고 있어 국산 제품이 일본 시장을 뚫은 것은 의미가 크다. 삼성SDI 관계자는 "올 4·4분기 일본 디지털 카메라 제조업체 2개사에 리튬 이온전지를 납품하기로 했다"며 "수량보다 납품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6월부터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의 본고장인 일본의 소니, JVC, 도시바 등에 주요 부품인 PDP 모듈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일본 업체가 특허권을 보유, 그동안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던 백색 발광다이오드(LED)를 올초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일본으로 수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백색 LED는 컬러 휴대폰 LCD의 광원으로 사용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부품이다.
이에 앞서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전문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올초 최첨단 300㎜ 웨이퍼용 원자층증착장치(ALD장치)를 일본에 수출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이 일본으로 빠져나가 ‘가마우지 경제’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전자 분야 부품의 대일의존도가 높다"며 "적극적인 연구개발로 부품을 국산화하고 세계로 수출하는 것은 한국 전자산업의 미래 성장기반을 다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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