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헌법을 인정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계기로 헌재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새삼 논란이 붙고 있다.우선 상당수 헌법학자들은 관습헌법을 헌법개정을 통해 바꿔야 한다는 법리에 비약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 "이번 같은 중요사안에 관습헌법을 적용한 것은 무리한 법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문규정이 없는 관습헌법을 폭 넓게 인정하기 시작하면 그 해석과 효력이 전적으로 헌재의 판단에 맡겨져 삼권분립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입법사항이 관습헌법에 배치된다며 헌재가 이를 제한되는 사태가 발생해 입법과정에 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제처럼 관습으로 굳어진 사항을 입법화할 경우도 헌재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헌재의 권한 강화에 회의를 나타내며 "헌법질서의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충청권 여당의원들은 헌법 재판관들에 대한 탄핵추진 의사까지 밝혀 자칫 위헌결정의 파장이 헌법기관 간 싸움으로 번질 조심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헌법소원을 주도한 이석연 변호사는 "헌재가 학설 하나를 채택해 판례로 형성된 이상 이것은 판례법으로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며 "헌재의 헌법 해석 권한에는 관습헌법까지 포괄적으로 포함된다"고 말했다.
외국의 유사한 예로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에 루즈벨트 정부와 연방대법원의 갈등이 있다. 당시 미 정부가 자유방임주의를 버리고 적극적인 시장개입정책을 펴자 위헌심사권을 쥔 연방대법원은 사법적극주의를 표방하며 행정부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러나 행정부가 사법부의 권한축소라는 강경대응을 하려하자 연방대법원은 역풍을 피해 사법소극주의로 돌아섰다.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