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위헌'이라는 결과를 떠나, 결정문 곳곳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대폭 좁혀 놓았다. 그러나 결정문의 행간에서 다른 해석의 여지는 없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청와대만 남으면 되나?=헌재는 특별법이 "신행정수도가 국가의 정치, 행정의 중추기능을 담당하기에 충분한 정도가 되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며 ‘특별법은 곧 수도이전법’이라고 규정했다. 특별법 2조1호 ‘정치, 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로 새로 건설되는 지역으로서…지정, 고시하는 지역’, 같은 조 2호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을 위하여…지정, 고시하는 지역’이라는 규정을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 중추기능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헌재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만 남고 행정부처가 모두 옮겨가면 위헌요소를 피할 수 있지 않느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대한변협 김갑배 법제이사는 "기준이 애매하다. 행정부만 이전하겠다는 데도 헌재는 수도이전이라고 봤다. 헌재 결정의 하자 중 하나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만으로도 가능?=헌재는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관습헌법으로 정립된 사항이며 여기에는 아무런 사정의 변화도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헌법개정 절차에 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언뜻 ‘반드시 헌법개정 절차에 의해야 한다’는 문구가 단호해 보이지만, 관습헌법이 변했다고 할 사정이 인정되지 않을 때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관습헌법의 자연적인 사멸은 국민투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헌재 결정문의 행간의 의미를 해석하면 수도이전에 대한 국민투표가 과반수 이상으로 통과하면, ‘수도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은 사멸된 것으로 봐야 하고 더 이상 헌법개정 작업이 필요 없는 것이 된다. 건국대 법대 임지봉 교수는 "국민투표 만으로 수도 이전이 가능하다고 해석될 수 있다"며 "수도 서울을 ‘관습헌법’이라고 해놓고, 폐지는 헌법개정작업을 통해 ‘성문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헌재의 논리는 통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준선 변호사는 "헌재의 결정이 현 상황에서 관습헌법이 사멸되지 않았고, 따라서 헌법개정 외에 방법이 없다고 명시한 만큼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결정사유까지 따를 필요 없다?=헌재 결정은 ‘주문’만이 기속력(결정의 강제력)이 있을 뿐, 결정이유까지 모두 기속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결정에서 주문은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단 한 줄이다. 때문에 특별법 자체는 폐기됐지만, 새로운 이름으로 비슷한 법률이 통과되면 그만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논리다. 실제 헌재가 위헌 결정한 수많은 법조문이 헌재의 애초 취지와는 다르게 개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김갑배 변호사는 그러나 "이번 사안은 워낙 중대해서 새로운 법을 만들더라도 헌재의 위헌 취지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계를 그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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