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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이전 위헌/청와대의 선택은-盧대통령 또 위기…‘개헌 카드’ 승부수 던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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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이전 위헌/청와대의 선택은-盧대통령 또 위기…‘개헌 카드’ 승부수 던질까

입력
200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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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또다시 정치적 결단의 시기를 맞았다.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은 사실상 참여정부의 최대 과제이다.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1일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시스템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충격이다. 지난 3월 국회의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최대의 고비를 맞은 셈이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과 달리 이번 헌재 결정은 법 절차상의 최종 결정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선택 폭은 극히 제한돼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헌재 결정 직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해서 대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을 뿐 신행정수도 건설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투표 실시를 통한 행정수도 이전 추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헌재가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도이전 조항을 삽입하기 위한 헌법개정을 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헌법개정이 법리적으로 거론될 수 있는 대안이지만 개헌도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방안이다. 우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과 국민투표에서의 과반수 찬성 등 헌법상 두 가지 요건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한나라당은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고, 전체 국민 중에도 수도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많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개헌을 국면 전환책으로 선택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노 대통령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임기 말에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번 기회에 권력구조 개편과 행정수도 이전을 함께 추진하기 위한 개헌을 제안할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측근 비리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승부수로 던졌던 재신임 카드를 다시 꺼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노 대통령이 지난 6월 "정부의 진퇴를 걸고 반드시 행정수도 이전을 성사시키겠다"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 5월 탄핵안 기각 결정을 할 때 재신임 국민투표의 위헌 소지를 지적한 적이 있기 때문에 마땅한 재신임 방안이 없다.

이 같은 승부수들을 쓰기 어려울 경우 현실적으로 충청권에 단순한 행정 타운만 건설하는 방안을 택할 수도 있다. 복수의 행정기관을 충청권의 공주·연기 지역에 이전해 이 지역을 수도가 아닌 ‘제2의 행정수도’ 로 만드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야당 및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협상이 추진될 수 있다.

행정 타운 건설은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완전 포기하는 것보다는 지역· 세력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향후 정국은-"국보법도 밀어붙이다간…" 與, 정국주도권 상실우려

헌재의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위헌결정은 정국에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수도이전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며 추진해 온 집권 이후 최대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국회의 탄핵결의는 흩어져 있던 지지층을 일시에 재결집시키는, 예상 못한 긍정적 결과를 갖고 왔지만 이번 건은 성격이 다르다"며 "어렵사리 여론을 설득하며 추진해 온 다른 개혁프로젝트들이 차질을 빚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당장은 타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한나라당의 반대에다 거센 반대여론을 거스르고 수도이전을 강행해야 하는 부담을 벌었다는 해석도 있지만, 이는 자위적 성격이 강하다.

물론 이번에도 위기감을 느낀 여권과 지지층이 다시 뭉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으나, 수도이전에 대한 민심의 거부감이 커 현실성은 낮은 편이다.

열린우리당이 ‘올인’을 선언한 국보법 폐지, 과거사기본법,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개혁 입법 등 4대 개혁입법은 발등의 불이다. 당 지도부는 일단 강공입장에 변함없음을 확인했다. 4대 개혁입법까지 흐지부지한다면 지지층이 이탈하고 여권 내 무기력증이 퍼지는 등 조기레임덕에 빠질 것이므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 폐지 등을 마냥 밀어붙였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여권으로서는 주도권을 만회할 요량으로 무작정 밀어붙일 수도,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한나라당도 마냥 상황을 즐길 입장은 아니다. 수도이전 법안 통과 당시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충청권 유권자의 반발 등 후유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수세에 몰린 여권을 향해 대안 없는 반대만 외치는 행태를 벗는 것도 과제다.

이런 맥락에서 여야가 지금처럼 대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윈원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벼랑 끝 타협을 통해 4대 개혁법안에 대한 양당간 빅딜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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