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이전이 위헌으로 결정되자 21일 증권시장이 요동치고, 금융기관들은 충청권 부동산 가격 폭락에 따른 대출부실이 발생할 가능성 때문에 당황해 하고 있다.증권시장 장 초반 대부분 투자자들이 헌법소원 기각을 예상한 듯 행정수도 이전 대표 수혜업종인 건설 등 일부 업종이 강세를 보였으나, 예상을 뒤엎고 위헌결정이 내리자 종합지수가 814선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이후 안정을 되찾아 결국 전날보다 7.98포인트 떨어진 820.63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목별로는 행정수도 이전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혔던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건설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충격이 컸다. 대표적인 신행정수도 수혜주로 꼽혀오던 계룡건설은 오전 한때 8%대 급등세를 보였으나 선고 직후 하한가로 추락했다. 충남 아산에 본사를 둔 건설업체 경남기업 역시 하한가를 기록했다.
또 충청권에 기반을 둔 한라공조와 동양백화점 등도 장 초반 강세에서 약세로 돌아섰으며 계열사인 동방생활산업이 충남 아산시 10만평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동방 역시 하락했다.
반면 코스닥기업 EG와 디지틀조선은 상한가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는데, EG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 회장이 최대주주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신행정수도 위헌 파장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신뢰도에는 금이 갔지만 수도 이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과거에도 정치·사회적 악재의 영향력이 증시에는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로 올랐던 건설주와 충청권 기업 등의 타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50조원에 달하는 충청권 대출 때문에 당장 비상이 걸렸다.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등은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현 정부 들어 충청권 대출을 급격히 늘려 온 상태. ‘행정수도 이전 물거품 →충청권 부동산 가격 급락 →대규모 충청권 대출 부실화’의 시나리오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2002년말 40조3,849억원이던 금융기관의 충청권 대출 잔액은 올 6월말 현재 49조4,816억원으로 1년 6개월 사이 9조원 이상 급증했다. 이 기간 대출 증가율은 22.5%로 전국 평균 증가율(17.6%)을 크게 웃돌았다.
실제 충청권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의 증가율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서울 거주자 및 서울 소재 기업들이 충청권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서울 지역 대출로 분류된다"며 "최근 1~2년 새 충청권 부동산 거래가 급격히 늘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대출 증가율은 단순 통계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뜻밖의 일격에 금융기관들은 분주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부 은행의 경우 아직도 아파트 담보인정비율(LTV)이 70~80%에 달해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대출금을 건질 수 없는 ‘위험 대출’이 적지 않은 상태다.
A은행 충청영업본부 관계자는 "조치원, 오창 등지에 막차를 탄 부동산 담보 대출이나 대전이나 천안 인근의 담보인정비율이 높은 아파트담보대출은 부실 전락 위험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숙박업 대출에 이어 충청권 대출까지 비상이 걸리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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