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 논리를 적용, 위헌결정을 내리자 관습헌법의 인정범위와 효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성문헌법을 지닌 우리나라에서 이번처럼 관습헌법이 인정된 것은 사법 사상 처음이다. 그런 점에서 획기적인 판단이지만, 교과서에 숨어 있던 관습법을 끄집어 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헌재의 논리는 수도가 서울이란 사실이 조선 창건이래 일제 식민지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국민들에게 의심할 바가 없다는 것.
헌재는 조선의 기본법전인 경국대전과 상해임시정부의 항일활동 조직까지 인용, 600여년간 서울의 수도성이 유지됐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명문규정이 없어도 이는 불문헌법에 해당되고, 수도이전은 헌법개정 절차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재판관 9명 중 7명이 찬성한 이런 법리는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란 평이다. 대법원의 한 중견판사는 "관습법과 성문법이 동일 효력을 지닌다는 논리 등에 문제가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보수적 성향을 보여온 헌재가 적극적인 법 해석을 했다는 점에서 놀랍다"고 했다.
학계에선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헌재 역사에도 없는 결정이라며 놀라워 했다. 하지만 이런 이례성으로 인해 헌재결정은 학계와 진보진영 등에서 비판받고 있다. 상당수 헌법학자들은 헌재의 관습헌법 논리에 이견을 제시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국민투표를 통한 헌법개정은 성문헌법의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헌재의 법리는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헌재가 ‘오랜 역사를 통해 확립되어 있다’고 말했는데, 오랜 것이기에 의미는 있지만 그것이 절대적이고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지봉 건국대 교수는 "관습헌법 위배라고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우리 헌재 역사 뿐 아니라 세계 헌재 역사에서도 없었다"며 "헌법적 관습·정신·관행 등에 대한 위배를 지적한 사례가 독일과 미국 등에 있었지만 그것은 성문헌법 위배 여부가 우선적 판단기준이 됐을 뿐 이번처럼 관습헌법 위배 여부로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무척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헌재는 이번 결정으로 그 위상과 권한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보수진영은 "헌재의 존재이유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환영하고 있지만, 진보진영에선 "헌재가 이번처럼 정치적 사건에 대해 결정권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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