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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나무야,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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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나무야, 나무야

입력
200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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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들은 말 중에 ‘나무 백정’이라는 것이 있다. 대관령 국유림 자락에 몰래 들어와 아름드리 소나무를 베어가는 사람을 그렇게 말했다. 거기 국유림에 가면, 또 일제시대 말기에 비행기 기름을 낼 송진을 얻기 위해 적송 밑동을 톱으로 촘촘히 썰어놓은 자국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미 그때 백년이상 자란 나무인데, 다시 그 톱자리를 몸에 안고도 60년을 더 버틴 것이다.어떤 나무들은 한국전쟁 때 맞은 총알을 몸 속에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런 나무들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큰 집의 대들보나 기둥으로는 쓸 수가 없다. 금강산의 적송들도 그때 총을 많이 맞았다고 했다. 사람의 역사가 어지러우면 죄 없는 나무들까지 수난을 겪는다.

밑동을 베어낸 아름드리 나무의 나이테엔 숲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어느 무렵엔 가뭄이 들고, 어느 무렵엔 산불이 나고, 또 어느 무렵엔 사람들이 산에 올라와 송진을 얻기 위해 톱질을 하고, 총질을 하고 한 흔적들이 나이테 속엔 그대로 담겨져 있다. 말없이 늘 푸르게 서 있는 듯해도 사람들 때문에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갔던 해도 있었던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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