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에 감정을 개입시켜서는 안됩니다. 외교만은 국내 개혁과 관계없이 초당적 실리외교를 펴야 합니다."1970년대 ‘코리아 게이트’의 당사자였던 박동선(70)씨가 20일 워싱턴의 ‘조지타운 클럽’에서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76년 미국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코리아 케이트의 현장이기도 한 조지타운 클럽은 지금도 정·관계 거물인사 1,200명을 회원으로 둔 영향력 있는 사교 모임이다. 이제 공동 소유주들이 모두 그만둬 그가 명실상부한 주인이다.
런던에 본사를 둔 무역 컨설팅 회사 파킹턴 코퍼레이션 회장인 그는 요즘도 한 나라에 한 달 이상 머물지 않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비행기를 못 탈 정도가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 실리외교를 가르치는 작은 학교라도 열어볼까 한다"며 고희를 넘긴 노익장을 과시했다.
최근 미국의 전현직 의원 4명과 함께 인제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박씨는 "나는 로비스트가 아니라 국익을 위해 미국 친구들을 도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한미 관계를 사상 최악이라고 평가하고 "미국의 보수층 지도자들은 한국을 이제 동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어느 날 근본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으로 거듭나 극우적 성향을 보이고 있고, 한국은 자주 외교를 얼마든지 조용히 할 수 있는데도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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