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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 대포 4방 보스턴 "양키스 고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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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 대포 4방 보스턴 "양키스 고 홈"

입력
200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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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쾅! 쾅! 쾅! ‘밤비노의 기적’이었다.챔피언십시리즈3연패, 그리고 4연승. 21일(한국시각) 전까지 100년 미프로야구 역사에 기록된바는 없다. 기적의 한 몫을 장식한 팀은 86년간 저주와 괴담에 시달려온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18년만의 월드시리즈(WS) 진출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ALCS) 전적 1승4패(1999년), 3승4패(2003년) 등 86년 동안 ‘반지의 제왕’을 꿈꿔온 보스턴에게 뉴욕 양키스는 철천지원수였다. 예상은 빗나갔다. 보스턴은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ALCS 마지막 경기(7차전)에서 조니 데이먼의 만루홈런을 비롯한 연타석 홈런포 등 대포 4방(10-3)으로 ‘양키스 제국’을 무너뜨렸다.

‘빅 파피’ 데이빗 오티스가 1회 2점포로 선봉에 섰고, 장발과 수염으로 ‘예수님’이란 애칭을 얻은 데이먼이 2, 4회 각각 만루포와 2점포로 쐐기를 박았다. 전날 커트 실링의 혈투(血投)에 자극받은 데릭 로우는 장기인 싱커로 양키스 타선을 요리했다. 6이닝 동안 1안타 1실점. 데이먼은 6차전까지 3안타의 빈타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날 홈런2방으로 팀과 팬들의 신뢰에 보답했다.

5만5,000여 양키스 팬들은 ‘베이브 루스는 죽었지만 저주는 죽지 않았다’는 팻말을 내려놓을 줄 몰랐다. 늘 그래왔듯 양키스의 마지막 승리를 믿었기 때문.

하지만 제국의 역습은 싱거웠다. 3회 1점, 7회 2점에 그쳤다. 9회말 양키스의 마지막 타자인 대타 씨에라는 내야땅볼로 물러났다. 양키스는 23년 만에 4연패라는 망신을 당했다.

적진까지 응원 온 보스턴 팬들은 하염없이 울었고, 발목을 다친 커트 실링은 통증을 잊은 듯 그라운드를 폴짝폴짝 뛰었다. 보스턴의 WS 진출은 ‘혈폭쌍포(血爆雙砲)’ 3총사의 공이다. 3연패 뒤 끝내기 홈런과 끝내기 안타로 팀을 살린 오티스, 발목에 피까지 맺히며 호투한 실링, 부진을 딛고 마지막 승리를 안긴 데이먼까지.

이날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오티스는 "25명 전원이 MVP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WS 결전의지를 다졌다.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인트루이스 "1승 남았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도 갈 데까지 갔다. 점입가경이다.

21일 6차전이 열린 부시스타디움. 연장 12회말, 경기 시작 3시간54분, 1사 1루, 타석의 짐 에드먼즈. 세인트루이스의 5만2,000여 홈관중의 시선과 마음은 카디널스의 3번 타자 에드먼즈의 방망이에 쏠렸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투수 댄 미셀리의 손을 떠난 공은 그의 방망이에 반사되어 부시스타디움의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었다. 끝내기 2점포, 3연패 뒤 첫 승(6-4)이었다. 챔피언십리그는 3대 3 처음으로 돌아갔다.

승리의 여신은 연장 12회에 가서야 에드먼즈의 방망이에 힘을 실어 주었다. 마지막 7차전 경기는 22일 오전 9시19분(한국시각)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고찬유기자

■4·5차전 끝내기…오티스 MVP

도미니카 출신 ‘빅 파피(Papi·스페인어 ‘사랑받는 것’ 의미)’ 데이빗 오티스(29·사진)가 86년 동안 보스턴을 짓눌렀던 ‘밤비노의 저주’를 걷어내는 주인공이 됐다. 4, 5차전에서 연속 끝내기 안타로 죽어가던 보스턴을 살려낸 오티스는 AL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도 1회초 선제 투런홈런을 쏘아올리며 드라마의 서막을 장식했다. 챔피언시리즈 동안 31타수 12안타(3홈런)로 타율 3할8푼7리, 11타점을 기록한 오티스는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과 함께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이날 영광을 안은 오티스지만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엔 빛을 보지 못했다. 2001년에는 팔목이 부러지는 불운도 당했다.

미네소타의 인조잔디에서 시름시름 앓던 오티스는 2003년 천연잔디의 보스턴으로 이적한 뒤 펄펄 날며 ‘빅 파피’라는 애칭을 얻었다. 좌타자인 그는 몸쪽 공을 잘 밀어쳐 보스턴 펜웨이파크의 절벽과 같은 좌측 펜스인 ‘그린몬스터’와 궁합이 잘 맞았다. 다른 구장 같으면 좌익수 플라이로 잡힐 타구가 펜웨이파크에서는 절벽에 맞고 튕겨나와 2루타로 둔갑했다. 덕분에 97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올 시즌 3할대(3할1리)를 넘겼고, 2루타 47개와 홈런 41개를 기록했다. 올해 연봉은 457만7,500달러.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저주 풀리나"…잠 못드는 보스턴

○…보스턴 레드삭스가 18년 만에 대망의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자 보스턴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홈구장인 펜웨이파크 인근 술집에 삼삼오오 모여 TV를 시청하던 수천명의 시민들은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제야 말로 밤비노의 저주를 풀 때가 됐다"면서 서로 포옹하며 최고의 밤을 보냈다. 12회까지 이어진 4차전, 14회말에서야 승부를 가린 5차전, 역시 자정이 넘긴 시간에 끝난 6차전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느라 매일 밤 잠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던 보스턴 팬들로서는 최고의 선물을 받은 셈이다.

3연패 뒤 4연승으로 메이저리그 역사를 다시 쓴 보스턴의 팬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찬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양키스 선수들을 조롱하는 구호를 외쳤고, 거리의 차량들은 ‘빵 빵’ 경적을 울리며 흥분을 발산했다. 한 40대 중반의 남성은 "때로는 7점차 리드도 충분한 것이 아니다"면서 "번번이 ‘저주’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역전패에 울었던 보스턴 팬으로서 끝까지 마음을 졸였지만 이번 만큼은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3연승 뒤 4연패로 월드시리즈 좌절이라는 치욕을 맛 본 양키스 팬들은 제국의 몰락에 자존심이 구겨지며 침통함에 빠졌다. 경기장에서 양키스 팬들은 ‘1918’이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저주를 일깨워라’는 플래카드를 흔드는 등 ‘밤비노의 저주’를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위로 끝나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며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연합

■AL챔피언십 시리즈 이말저말

○…네 아버지가 누구냐=보스턴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9월25일 양키스전에서 패한 뒤 "양키스를 이길 방법을 못 찾겠다. 양키스를 아버지라고 불러야겠다"고 말했다. 마르티네스가 2차전에서 양키스타디움에 등판하자 5만여명의 양키팬들은 "네 아버지가 누구냐(Who’s your daddy?)"라고 외치며 마르티네스의 심사를 긁었다.

○…커트 실링이냐, 허트 실링이냐=보스턴의 1차전 선발투수 커트 실링이 발목부상으로 부진한 데 이어 남은 시리즈 등판이 어려워지자 일부 언론은 그를 ‘허트(Hurt)’ 실링이라 부르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그는 6차전에서 ‘피를 흘리는’ 투혼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우리라고 왜 안돼=보스턴 선수들은 시리즈 내내 ‘우리라고 왜 안돼(Why not us)’라는 티셔츠를 입고 ‘밤비노의 저주’에 맞섰다. 이 말은 포스트시즌 보스턴의 공식 응원구호가 됐다.

○…내일 저녁 약속이 있다. 그 약속 취소해야겠네=양키스 조 토레 감독은 6차전이 벌어지기 직전 "내일 저녁 식사 약속이 있다"며 6차전에서 승부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6차전을 이긴 보스턴 선수들은 "그 약속 취소해야겠네"라고 응수했다.알링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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