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삼성을 제압하면서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을 향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현대는 21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2004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1차전에서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삼성을 6-2로 따돌렸다.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 챔프에 오를 확률은 80%(21번 중 17번). 2차전은 22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계속된다. 삼성은 케빈 호지스를, 현대는 정민태를 선발로 예고했다.◆브룸바를 놓쳤다=어느 때보다 선취점이 중요했던 경기. 현대의 해결사는 용병 타격왕 클리프 브룸바였다. 브룸바는 4회초 2사에서 가운데로 몰린 배영수의 실투를 130m짜리 통쾌한 솔로아치로 연결, 팀의 첫 득점을 안겼다. 11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기세를 올리던 배영수의 퍼펙트 피칭을 무너뜨린 일발장타였다. 브룸바의 활약은 경기 초반 삼성 덕아웃의 작전이 빗나간 결과이기도 했다. 병역비리 파문으로 출장이 불가능한 정성훈을 대신해 3루를 맡은 브룸바의 페이스를 흔들기 위해 삼성은 1회초 선두타자 박한이가 초구 번트를 대는 등 모두 3번의 기습 번트를 댔지만 모두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관록이 갈랐다=이날 경기는 현대와 삼성의 가장 큰 전력 차이가 관록에 있음을 보여줬다. 0-1로 끌려가던 5회말 삼성의 첫번째 위기. 심정수의 몸에 맞는 볼로 선두타자를 내보낸 삼성은 박진만의 희생번트 때 한국시리즈에 첫 출전하는 유격수 조동찬이 배영수의 2루 송구를 놓치는 에러를 범한 것이 이날 승패의 분수령이 됐다. 현대는 백전노장(한국시리지 7번째 출전) 김동수가 1사 2, 3루에서 적시타를 터트린 데 이어 채종국과 전준호의 추가 안타가 나오면서 4-0으로 달아났다. 현대는 4-2로 앞서던 8회말 심정수의 2타점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현대가 2번의 희생번트를 모두 성공시킨 것과는 달리 삼성은 7회 김재걸이 스리번트에 실패하면서 무사 1, 2루의 찬스를 무산시킨 것이 뼈아팠다. 현대가 안타 8개로 6득점, 삼성이 똑 같은 안타 8개로 2득점에 그친 사연이 여기에 담겨 있다.
◆삼성의 희망=삼성은 기본기 부족과 작전수행 미숙으로 중요한 한판을 놓쳤다. 부상으로 결장한 게임메이커 2루수 박종호의 공백도 커 보였다. 하지만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죽을 쓴 양준혁(13타수 1안타)이 6회초 솔로포를 쏘아올리는 등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타격감을 되찾은 것에서 2차전 반격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 위안이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김혁기자 hyukk@hk.co.kr
■이총리 시구불발 박정아 투입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는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이해찬 국무총리가 맡기로 돼 있었지만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에 따른 정부대책회의 참석으로 무산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때문에 개막 2시간 전까지 대체 시구자를 물색하느라 비상이 걸렸으나 수소문 끝에 지난해 현대와 SK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시구를 했던 여성 4인조그룹 ‘쥬얼리’의 리더 박정아(23)를 초빙해 간신히 행사를 마쳤다.
○…이날 현대-삼성전에는 ‘재계 라이벌’ 대결답게 양측 그룹의 고위인사들이 대거 구장을 찾았다. 현대는 정몽윤 구단 고문(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과 강명구 구단주 대행을 비롯해 최용묵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 강석진 현대오토넷 사장, 김병춘 현대택배 사장,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 등 CEO들이 출동했다.
삼성도 이수빈 구단주(삼성생명 회장)와 배종렬 제일기획 사장이 경기장을 방문했다.
○…이날 수원구장은 초만원을 이뤄 한국시리즈 사상 4년만에 1만4,000석의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지금까지 수원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만원사례는 2000년 11월 6, 7일 현대와 두산이 맞붙은 6, 7차전.
KBO 관계자는 "현대와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만난데다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이 명승부를 벌이면서 프로야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되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