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 규모가 100만 달러(11억5,000만원 상당)를 넘는 ‘백만장자’가 작년말 현재 6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이 갖고 있는 금융자산은 내년쯤 3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21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국내은행의 PB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우리나라의 백만장자(100만달러 이상 금융자산 보유)가 2001년말 5만명에서 2002년말 5만5,000명, 지난해에는 6만5,00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진단했다.백만장자의 증가율로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18%를 기록, 홍콩(30%) 인도(22%)에는 못미치지만 미국(14%) 중국(12%) 호주 캐나다(이상 11%)는 훨씬 앞질렀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부유층’이 빠르게 늘어나는 나라로 평가된다.
보스톤컨설팅그룹은 이와 관련, 내년이 되면 한국내 백만장자들이 갖고 있는 금융자산 규모가 2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이들을 위한 금융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7대 시중은행의 PB 수신액은 48조5,000억원으로 전체 가계 수신의 17.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PB란 통상 자산 10억원이 넘는 돈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운용과 투자자문은 물론 법률 세무 등 종합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 뿐 아니라 증권 보험사들도 거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인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은행PB 말고도 실제 돈 많은 고객과 이들의 자산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또 예금액 3,000만~1억원 이상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각종 우대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권 ‘VIP뱅킹’ 규모는 141조원으로 총 가계수신의 42.3%를 점유하고 있다.문제는 이처럼 늘어나는 부유층 대부분을 외국계 은행들이 끌어가고 있다는 점. 씨티은행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PB시장에선 7~8%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한미은행 통합이후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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