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잘 아는 패션잡지 편집장의 소개로 노라노 선생님을 만났다. 노라노 선생님은 1950년대부터 패션사업을 시작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패션쇼를 하신 분이고 60~70년대에는 지금도 못하는 해외진출을 시도, 뉴욕 유명 백화점들의 쇼 윈도우를 장식했던 분이다.말로만 듣고 잡지를 통해서만 알게 된 분을 직접 만난다는 게 조금 설레었다. 그리고 그 편집장으로부터 그분에 대한 많은 좋은 에피소드를 들은 나로는 기대감도 컸다. 그 편집장은 어느 패션쇼 행사장에서 일흔이 넘은 분이 이브닝드레스를 잘 차려 입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막연히 그분을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 물어보니 그분이 바로 노라노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내가 작은 선물을 들고 사무실을 들어서자 노라노 선생님이 나오셨다. 그분을 보는 순간 170cm 가까이 되는 키에 곧은 자세로 요즘 사람도 부러워할 만한 몸매로 걸어 나오시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검정색의 루즈팬츠에 보트넥의 실크 탑을 입고 그 위에 역시 긴 검정 카디건을 걸쳐 입은 모습이 너무 멋졌다.
우리는 곧 점심을 함께 하러갔고 먼저 취재로 친분이 생긴 편집장 덕에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됐다. 나는 노라노 선생님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며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영화의 주인공은 패션 속에 살고 패션이 인생이었던 사람이었다.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정말 인생을 열정적으로 사셨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대화였다. 나름으로는 나도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해왔지만 과연 그분만한 열정이 있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노라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분과 자주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구와도 비교 되지 않는 그녀의 열정을 느끼고 싶다. 처음이라 말을 못했지만 다음 기회에는 그분께 그분의 앨범을 보여 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그분이 살아온 세월의 기록들을 통해 나는 한편의 영화를 머리속에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흥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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