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안내견의 5년 동반記’ SBS성탄특집 주인공 전숙연-하희라씨사고로 시력을 잃었지만 7년 동안의 피나는 공부 끝에 한빛맹학교 교사로 거듭난 전숙연(47)씨와 그녀의 길잡이이자 동반자로 헌신하다 하늘나라로 떠난 안내견 ‘토람이’. 아름다운 길을 동행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SBS 크리스마스 특집극 ‘아주 소중한 친구’(가제 작가 이근영·연출 한정환)로 만들어진다.
12월 25일 2부에 걸쳐 방영될 예정인 이 드라마의 실제 주인공 전씨와 그 역을 맡은 탤런트 하희라(35), 50대 1의 경쟁을 뚫고 토람이로 출연하는 안내견 ‘희망이’가 20일 경기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만났다. "토람이가 비록 개지만 제 인생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 또 얼마나 훌륭하게 살았는가를 알리기 위해 수기를 썼어요. 그게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동시에 책으로도 나온다고 하니 실감이 나지 않아요."
남편이 운영하던 경남 진영의 젖소목장에서 사고를 당해 시력을 잃고, 절망의 세월을 보내던 그녀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건 1997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토람이를 만나게 되면서부터였다. 그 뒤 한빛맹학교 고등부와 단국대 대학원 특수교육과에 입학해 석사학위와 특수교사 자격증을 따 교사로 활동하게 됐고, 공부를 위해 7년 동안 떨어졌던 가족들과도 같이 살게 됐다. "24시간 언제든지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었고, 늘 위험에서 절 지켜주었던 아들 같았던 토람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에요."
국내 최초로 안내견을 이용한 여성시각장애인으로 그녀가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심지어 동네 경찰서나 국립극장에서도 쫓겨난 적이 있죠.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지금도 손님 핑계를 대며 안내견 출입을 막는 식당도 있고, 승차를 거부하는 택시도 있어요." 그녀는 "한국사람들이 안내견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뒷방구석에나 있어야 할 장애인이 돌아다니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장애에 대한 사회의 무지와 편견을 꼬집었다. 전씨는 2001년 토람이가 혈관육종암으로 죽자 ‘대양이’를 새 친구로 맞아들였다.
하희라가 자기 역을 맡은 것이 기분 좋은 듯 전씨는 "여기 오기 전에 동료 선생님들에게 앞으로는 ‘하희라’라고 불러달라고 했다"며 "오늘 여기 온 것도 미모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라고 농담을 했다. 촬영을 앞둔 14일 안대를 한 채 희망이와 숙명여대 앞길을 걷는 훈련까지 한 하희라는 "눈 가리고 걸으려니 겁나고 무서웠는데, 희망이를 믿으니까 호흡이 잘 맞았다"며 안내견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희망이가 자기 일을 하면서 굉장히 행복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하희라는 이 드라마를 통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조금은 달라지길 기대했다.
시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은 94년부터 삼성화재가 안내견학교를 열고 무상기증사업을 벌이면서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해 지금은 약 50여마리가 활동중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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