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78)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0일 TV로 전국에 생중계된 방송 도중 쓰러져 그의 건강 악화설이 증폭되고 있다.그는 이날 남미 혁명 영웅인 체 게바라의 유해가 있는 산타 클라라의 예술대학 영묘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 1시간이나 연설을 한 뒤 자리로 돌아가다 갑자기 쓰러졌다. 그는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 급히 연단을 떴고, 3만여 군중 사이에선 비명과 울음이 터졌다. 쿠바 전역도 일순 긴장에 휩싸였다.
카스트로는 2001년에는 공공 장소에서 기절한 적이 있다. 이후 그가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고 그의 건강 문제는 쿠바 정정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카스트로는 이를 의식한 듯 잠시 뒤 다시 연단으로 돌아와 국민들을 진정시켰다. 그는 "쓰러져서 죄송하다"며 "억측을 피하기 위해 말하는 데 확실친 않지만 무릎이 골절된 것 같고 팔도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쓰러진 모습이 내일이면 전 세계 신문의 1면을 장식할 것"이라고 농담까지 한 뒤 굳이 구급차 대신 지프를 타고 떠났다.
카스트로는 최근 자신의 동생이자 군 사령관인 정권 2인자 라울이 혁명 후계자로 적합하다고 여러 번 밝히는 등 ‘형제 상속’을 꾀하고 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