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가 조선·동아일보를 특정해 거세게 비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 후 대언론공세는 노무현 대통령이 ‘진두지휘’해 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이 총리가 공세를 맡고 나섬으로써 정부 내에서 모종의 ‘역할이동’이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20일로 취임 110여일이 되는 이 총리는 사실 그 동안 조금씩 야당과 보수세력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해왔다. 지난달 16일에는 경제관련 모임에서"노 대통령이나 나는 좌파가 아니다. 언론이 무책임하다"고 적극 방어했고, 이명박 서울시장의 행정수도 관련 관제데모 논란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도덕성 문제"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적 발언 수위를 높여가던 이 총리가 최근 개혁입법 등과 관련, 야당은 물론 여당과 행정부처 내부에서조차 반발여론이 나오자 작심하고 일종의 ‘경고성 발언’을 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때문에 앞으로는 이 총리가 정부 비판세력에 대해 적극 반론하며 여당과 정부 내 기강을 잡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즉 항상 ‘직접’ 싸우느라 집중공격을 당해왔던 노 대통령이 후방으로 빠지고 ‘전선’에는 이 총리가 나서는 구도가 짜여지는 것 아니냐는 것. 실제로 분권형 국정운영체제에서는 이미 이 총리에게 대여·야 관계 조정 역할이 넘어가 이 총리가 정무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틀이 마련돼 있다.
물론 이런 구도라 하더라도 이번 발언이 술자리에서 나오면서 조금은 우발적이었고 거칠었다는 평가도 상당하다. 그러나 청와대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에 공격이 집중되는 때에 대통령 대신 누군가 해야 할 말을 한 것"이라고 이 총리를 옹호하며 그의 ‘입’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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