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부터 일주일간 계속된 MBC와 SBS의 뉴스공방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건 없다’고들 하지만, 그 싸움이 소중한 공공재산인 ‘전파’를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재미보다는 낭패감이 앞선다.이 공방전을 구경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방송사간 상호비판이 바람직한지, 그리고 가능한지 하는 문제다. 결론부터 말해서 이는 가능하고, 또 바람직하다. 서로에게 자극을 주면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동종업계에 있다고 서로 비리를 눈감아주는 모습보다는 훨씬 건전하다.
연이어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이 정말 건전한 상호비판이었는가? 결코 아니다. 보도에 있어서 건전성의 기준은 사실성 여부와 그 사실의 중요성에 있다. 양 방송사의 보도는 일반시청자 입장에서는 뉴스가치도 별로 높지않은 사안에 대해 사실 확인마저 소홀하게 한 ‘악의적’ 보도였다.
특히 MBC가 13일 ‘뉴스데스크’의 다섯 꼭지를 할애하여 SBS를 공격한 내용은 진흙탕 싸움 그 자체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해명하려면 사실을 밝히고, 해당 의원들의 무성의함을 질책할 일이다. 그 의혹을 기사로 다루었다는 이유로 보도매체를 비난하고, 나아가 해당 방송사의 비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건전한 비판이 아니다. 상대방이 악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심증만으로는 이런 ‘오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12일 보도에서도, MBC는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의를 인용하면서 그 질의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해명은 무시했다. 질의 내용에 이미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지적됐을 때, MBC 취재기자는 무엇을 듣고 있었으며 무슨 기사를 쓰고 있었다는 말인가. SBS가 재허가 심사를 위해 2001년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민족통일’ ‘민족화합’ ‘민족자존’ 등의 문구들을 비판한 것도 옹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문구들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다든지, "유난히 많이 들어가 있는 표현"이라는 보도가 정말 정확하고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며칠 전에 MBC 노조는 이 사태의 본질이 "감정싸움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싸움은 방송개혁의 주체와 족벌호위세력의 대립이고, 진정한 방송개혁을 이룰 때까지 계속되어야 할 싸움이며, 그리고 ‘정치적 휴전’으로 끝날 사안이 아님을 천명했다. 적당히 정치적으로 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SBS의 개혁이 완성될 때까지 이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느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던 대형 신문사간의 싸움이 생각난다. 사옥에 상대방 신문사를 비난하는 대형 현수막까지 걸고 싸우던 그 때도 신문사들은 진정한 언론을 구현하기 위한 정당방위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 언론은 발전했는가? MBC건, SBS건, 진정한 방송개혁은 철저한 자기성찰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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