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에는 여러 이명(異名)이 붙는다. 대마는 영어로 ‘헴프(hemp)’지만 말아 피우면 ‘마리화나(marijuana)’가 된다. 꽃에서 나오는 수지를 추출해 가루로 만든 것은 해시시(hashish)다. 환각효과에 빗대 ‘하이(high)’ ‘해피스모크(happy smoke)’로 불리기도 하고, 과거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선 ‘떨’ ‘풀’ 따위로도 통용됐다. 이명이나 은어가 많다는 것은 역사가 오랜 것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논란이 많은 대상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마는 재배역사가 가장 오랜 작물의 하나다. 당연히 환각효과도 일찌감치 알려져 피타고라스도 이를 피웠다고 하고, 근세에는 위고나 보들레르 같은 유럽 문인들 사이에서 대마초 흡연이 유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1960년대 중반 주한미군 등을 통해 알려져 70년대 초 젊은층에 크게 번지다 75년 강력한 단속으로 서리를 맞았다. 2000년에는 기존 대마관리법이 폐기되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관련 법조항이 통합되면서 관리와 처벌수위가 한층 강화됐다.
■ 대마초 흡연으로 기소된 여배우가 최근 위헌법률제청을 신청한 게 이 법률이다. 한 마약범죄학자도 마약과 분리 규제해야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대마초에 환각효과가 있긴 해도 중독성이나 폐해가 오히려 담배보다도 약하므로 마약으로 취급해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대마가 일부 질환에 치료효과가 있다는 최근 의학 연구성과도 들고 있다. 그러나 대마초 흡연이 신체적, 정신적, 나아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오래 된 정설이다.
■ 대마초는 의학적 측면 외에 자주 문화적으로도 다뤄져 왔다. 우드스탁 세대로 일컬어지는 60년대 후반 미국 젊은이들의 저항문화에서 주요한 상징의 하나였던 것도 마리화나다.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의 대마초 규제정책을 아예 진보문화에 대한 보수파의 억압,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강제 논리로 설명하는 책도 있다. 75년 우리나라의 ‘대마초 파동’을 당시 정권의 체제유지책으로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물론 한 측면을 과장한 논리다. 어떻든 지금 대마초 논란이 불거진 것은 난데없어 보인다. 글쎄, 이것도 우리 사회가 ‘진보’해가고 있다는 징표로 봐야 할까?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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