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의 중국 유출을 막아라."삼성경제연구소가 20일 "한국과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든 것은 국내기업의 기술유출에 기인한 바 크다"며 국가 차원의 기술 보안체제 구축을 지적하고 나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핵심기술 해외유출의 실태와 대책’ 보고서에서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시도가 빈번하게 발생, 국가산업 전체의 성쇠를 좌우하는 사안으로 대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시도 가운데 39%가 중국 기업과 관련됐으며, 미국이 21%, 대만 18%, 일본 10% 순이었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 국내 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전체 기술유출 시도 중 70% 이상이 IT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 말을 인용,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휴대폰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가 2년으로 줄어든 것은 90%가 기술유출에 기인한 것"이라며 "국내 휴대폰 기술을 집중적으로 습득한 중국 기업들이 중국 내수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동남아에도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어 "렌샹(聯想), 창청(長城) 등 중국기업들이 세계 데스크탑 컴퓨터 시장을 장악한 것도 90년대 대만업체들의 중국 진출로 노하우가 유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가 불시에 사내 보안점검을 실시하는 ‘보안어사제’를 실시하는 등 기업체들이 기술보안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보보안 예산이 매출액의 1% 미만인 기업이 전체의 80%를 넘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소는 특히 중국의 국내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기술유출이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액정디스플레이(LCD), 자동차 등 첨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등 전세계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하이닉스 TFT-LCD 부문을 인수한 중국의 BOE그룹은 2005년 5세대 라인을 가동, 한국 기업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쌍용자동차, 인천정유, 오리온PDP, 맥슨텔레콤, 세원텔레콤 등도 중국기업이 인수를 시도했거나,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98년 이후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시도는 총 51건으로 유출됐을 경우 피해액은 44조원으로 추정됐다. 올들어 8월까지만 예상피해액이 18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기술유출을 시도하다가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며, 국내 업계의 실제 피해액은 집계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말 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에 따르면 기술유출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에 의뢰한다’는 응답은 8.8%에 불과했다.
임영모 수석연구원은 "국가나 기업 차원의 대응은 물론,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유출된 기술이 무용지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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