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관광을 다녀오던 관광버스가 도로 아래 숲속으로 굴러 떨어져 15명이 숨지고 18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중 상당수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아 더 피해가 컸다. 20일 오후 3시45분께 강원 평창군 용평면 속사2리 신약수 인근 2차선 8번 군도에서 서울로 향하던 ㈜미진 소속 서울76거 4014호(운전사 서현석·43) 45인승 관광버스가 도로변 가드레일과 나무를 들이받고 넘어진 뒤 도로 옆 경사지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사고 버스에는 33명이 타고 있었으며 중상자들은 강릉 고려병원, 진부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사고 순간·현장=이날 사고는 버스가 8번 군도 방아다리 구약수 방면에서 신약수 방면 ‘S’자형 급경사 내리막길을 달리다 일어났다. 버스는 커브길을 돌던 중 갑자기 30여초 가량 좌우로 크게 흔들린 후 도로옆 가드레일과 나무를 들이받고 15m 아래 숲속에 곤두박질했다.
승객들은 대부분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충격이 워낙 커 상당수가 차창 밖으로 튕겨나가 버스에 깔리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컸다. 버스 밑에 12명이 깔렸으나 열악한 도로 사정 등으로 크레인 등 구조장비의 도착이 늦어져 사고 현장은 부상자들의 비명과 신음으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승객 이모(63)씨는 "‘쾅’소리와 함께 가로수를 들이받을 때 충격으로 차창 밖으로 튕겨져 나왔지만 차량에 깔리지 않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당시 10여명이 튕겨져 나왔으며 일부는 깨진 창문 사이로 빠져 나와 출동한 구조대원에게 구조됐다"고 말했다.
◆탑승객 및 사고 원인=탑승객들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상록수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로 이날 오전 8시께 서울을 출발, 오대산일대에서 단풍관광을 즐긴 뒤 서울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경찰은 이들 대부분이 50~70대 고령층인데다 단풍관광에 따른 피로감과 점심식사 직후의 식곤증 등으로 사고 직후 긴급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내리막길인데도 버스 속도가 줄지 않았다는 탑승자들의 말과 일명 스키드마크가 35c나 새겨진 점을 미루어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가 과속으로 달리던 중 급경사 커브길을 제대로 돌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경찰은 또 일행이 점심식사 때 운전사에게 술을 권했다는 진술을 확보, 음주운전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사고버스는 무보험차량으로 밝혀져 피해자 보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평창=곽영승기자 yskwak@hk.co.kr
◆사망자(15명) ▦서현석(4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운휴(63·서울 송파구 방이동) ▦오귀래(59·여· 서울 송파구 방이동) ▦이민찬(55·서울 송파구 방이동) ▦박세영(65·서울 강동구 성내동) ▦차주영(70·서울 강동구 길동) ▦고금자(54·여) ▦안경운 ▦윤용섭 ▦유명자 ▦이규룡 ▦정지영 ▦황봉춘 ▦신원불상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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